고려 '치성광불여래왕림도'
페이지 정보
본문
고려시대는 활발하게 천문관측을 벌였고 주기적으로 별자리에 제를 올리렸다. 또한 천문관측이나 역법 제작 등이 국가제도 속에 포함되어 왕성하게 이루어진 시기이기도 하다. 거란·몽고·왜구의 침입 등 많은 외침 속에서도 천문관측을 중단하지 않고 하늘을 해석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이처럼 활발한 천문활동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고려시대의 천문도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천문학자인 오윤부가 천문도를 제작했다고 하나 이마저도 남아 있지 않은 안타까운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별자리와 천문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불화(천문성수도, 天文星宿圖)가 발견되어 천문학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4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치성광불여래왕림도(熾盛光佛如來往臨圖)’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현재 미국 보스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는 불화로, 고려시대의 천문사상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치성광여래’는 북극성을 말한다. ‘치성광불여래왕림도’는 북극성인 치성광여래를 한복판에 두고, 그 주변의 보살들에게 각기 별자리 이름을 붙여 배치한 것이다.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치성광여래 양 옆으로 해를 상징하는 일광보살(日光菩薩)과 달을 상징하는 월광보살(月光菩薩)이 있다.
치성광여래는 소가 이끄는 수레에 올라타고 있는데, 이는 인간의 삶이 수레바퀴처럼 돌고 돈다는 불교의 윤회사상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가운데 위치한 치성광여래를 28명의 보살로 표현된 별자리(28宿)가 둘러싸고 있으며, 그 28수는 또 동물과 연관시켜 표현하기도 했다.
그림의 오른쪽 위에는 북두칠성 외에 2개 별자리를 더한 북두구진(北斗九辰)이 한데 모여 있고, 제일 위쪽에는 일년 열두 달을 상징하는 12궁(宮) 별자리가 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서양의 황도 12궁 별자리가 고려시대의 불화 안에 나타난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 흔적을 통해 서양의 별자리가 고려시대에 전래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치성광불여래왕림도’의 불화에서 고려시대 천문의 흔적은 물론 동서양 교류의 흔적까지 살필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불화의 근간은 조선 선조 2년작인 '치성광제성강림도(熾盛光諸星往臨圖)'로 이어지고 있다.
이 선조본에서 특이한 점은 고려본과는 다르게 북두칠성이 머리를 길게 내려뜨린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일권, [고려 치성광불화의 도상분석과 도불교섭적 천문사상연구], 천태학 연구, 2002,2003년
(제 4집) 대한 불교천태종 천대불교문화연구원
- http://ruby.kisti.re.kr/~anastro/sub_index.htm
-나일성, [한국천문학사], 2000, 서울대학교 출판부)
관련링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