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신
지신지신1. 개요지신(地神)이란 집터를 관장하는 터주신을 말한다. 집터라는 말은 집이 들어앉은 밑자리의 땅으로 울안을 총칭하는 말이다. 울안에는 먹고 자고 생활하는 가족들의 주거공간인 가택이 자리하고 집안의 규모에 따라 보조시설물들이 안치되어 집의 터가 형성되는데, 그 터에는 터를 관장하는 지신(地神) 즉 터주신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다.지신은 울안의 터를 관장하여 땅속으로부터 올라오는 사악한 기운을 누르고 악한 귀신들을 다스려 거기 사는 사람들을 안온하게 보호한다. 그리고 그 집에서 경작하는 논밭의 땅힘(地力)까지도 비옥하고 풍성하게 하여 농사가 잘 되도록 하는 영력(靈力)까지도 함께 가지고 있다. 경우에 따라 약간씩 다르겠으나, 지신은 앞뒤의 마당 가운데 살면서 액을 몰아내고 농사가 잘되고 못되고를 모두 관장하여 지신이 논밭을 한번 둘러보기만 하여도 콩이나 나락의 밑가지는 스무가지, 웃가지는 삼천가지로 불어나 곡식 열매가 많이 붙어 농사가 잘되고, 잿간에서는 거름을 많이 불려 주는 집안의 큰 신이라고 한다.지신은 이처럼 큰방의 문과 마주하는 앞마당 한가운데 산다고 하며, 그 신체(神體)는 오쟁이를 만들어 그 안에 베 석 자와 짚신 한 켤레를 넣어 나무 등에 걸어두기도 하고 햅쌀이 나는 음력 10월 중순쯤 마당의 중앙을 다섯 치쯤 파고 한 홉쯤의 쌀을 백지나 베에 싸서 묻으며, 묻은 곳이 지상으로 약간 볼록하게 솟도록 하여 그곳에 터주신이 깃들어 있다는 표시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집안의 고사 때나 정초의 마당밟이굿을 칠 때 이곳에 제상을 차려 놓는다.지신을 제사하는 시기는 음력 섣달 그믐밤부터 정초의 대보름까지라 할 수 있다. 이때 제의행위는 마을 풍물굿패들에 의하여 행해지게 되는데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날인 섣달 그믐날 밤 매귀(埋鬼)굿으로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매귀란 못된 귀신들을 땅속 깊이 묻는다는 뜻으로, 집안의 모든 사악한 기운과 악귀들을 땅속에 묻고 밟아 다시는 나오지 못하도록 한다는 주술적인 제의행위다.집집마다 새해를 맞기 위하여 섣달 그믐밤 처마 밑에 복을 맞이하는 등불을 밝혀 달면 마을의 풍물굿패들은 매귀굿을 치며 마을의 고샅을 돌고 집집에 들러 그 집의 터주신을 위로하고 달래며 악귀를 묻고 밟는 지신밟이, 마당밟이 굿을 친다.뒤꼍 장독대가 있는 천룡으로부터 시작하여 집을 한 바퀴 돌고 광, 조왕, 우물, 외양간까지 한바탕씩 풍물을 치면서 마당을 돌았다. 마당의 한가운데에 간단한 제상을 차리고 제상 위에 쌀과 돈, 술과 안주를 차려 모든 악귀, 병마, 사악한 기운은 땅속 깊이 묻혀 있어 올라오지 말고 묻힌 대로 있을 것과 밝은 복이 넘치기를 축원하는 신명나는 굿판을 벌리는데, 이것이 지신 즉 터주신에게 치성을 드리는 제의인 셈이다. 제상 위의 쌀과 돈은 마을의 공동기금으로 쓰인다.이와 같은 지신밟이 굿은 정초로부터 대보름경 사이에 행하여졌는데 마을의 수호신이 당산신인 것처럼, 가족의 안식처인 가택이 자리하고 있는 터의 수호신은 터주신이기 때문에 당산제 때 함께 행해지기도 하였다.지신은 울안이라는 구획되고 한정된 땅 터, 흙의 신이다. 그러므로 울안에서 흙일을 할 때에는 지신에게 사전에 고하고 시행하여야 한다. 함부로 땅을 파거나 흙을 옮기고 바르거나 하면 지신의 노여움을 사 지골을 맞아 즉사하게 되고 동티가 나거나 주당을 맞게 되며, 이럴 경우 지신의 노여움을 달래는 고사를 지내거나 동티잽이, 주당맥이 등의 굿을 하여 화를 면하는 고사굿을 한다. 특히 터주신이 깃들여 있는 마당을 돋우거나 우물을 파는 등의 흙일은 잡귀의 발동이 없어 송장을 거꾸로 세워 두어도 탈이 없다는 윤달에 주로 한다.이처럼 여러 가택신 중 지신 즉 터주신이 우리 생활 속에 얼마나 깊이 자리잡았는가는 속담을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는데, ‘터주에 놓고 조왕에 놓고 나면 아무것도 없다’, ‘터주대감 노릇을 한다’ 와 같은 속담은 얼마 안되는 음식을 터주신과 조왕신에게 우선하여 바치고 나니 남는 것이 없다는 한탄과 함께 터주신처럼 아무런 거침없이 어른 노릇을 하며 산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 지신인 터주신이 가벼이 섬길 수 없는 큰 신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와 같은 터주신 섬기는 민간신앙은 영호남 지방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2. 대지모신대지의 신 또는 토지의 신인 지신은 집을 지켜주는 가택신으로서뿐 아니라 신화 속에서는 천신과 짝을 이루는 훨씬 스케일이 큰 신으로서 나타나기도 한다. 이때 지신은 대지 혹은 특정한 토지가 가진 것으로 생각되는 초자연적 힘을 신으로 생각하여 믿음으로써 생겨난 신이다. 천신(하늘신)과 짝을 이룬, 대지신인 지신의 존재는 민속신앙에서 흔히 듣게 되는 -천지신명이시여-라는 말에서도 확인될 수 있다.대지가 지닌 위대한 생산력에 바치는 경외감이 대지를 곧 영원한 생명의 힘 또는 근원이라고 간주하게 되면서 대지신이라는 개념은 민속신앙에서 중요한 몫을 차지하게 된 것이지만, 천신과 짝을 이루게 됨으로써 -천부지모(天父地母)-, 곧 아버지인 하늘과 어머니인 땅이라는 가부장제적인 발상을 바탕에 깐 관념이 형성된다.한국의 고대신화에서 왕조의 창건주는 모두 하늘에서 하강한 남성신이고, 이와는 달리 창건주의 배우자인 여성은 우물이나 강수를 포함해서 지상에서 출생했다는 것에서, 우리 소대신앙 속에 이미 뿌리박고 있던-천부지모-의 관념을 유추해볼 수 있다.비슷한 관념은 천지왕인 천신과 지상의 여신, 총명부인(총멩부인)의 결연을 묘사하고 있는 제주신화 『천지왕본풀이』에서도 찾을 수 있다. 또 지명전설에서도 천부지모에 대한 관념을 찾아볼 수 있는데, 경상북도 자인지방의 산 위에 있는 교구바위(交誥巖)가 그 본보기의 하나이다.지역전설은 그 바위에 하늘에서 내린 남신과 지상의 여신이 어울려서 낸 흔적이 새겨져 있는 것이라고 말하여주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 삼성혈(三姓穴)의 신화는 훨씬 더 원초적인 대지모 관념에 대해서 말하여주고 있으니, 그것은 천부와 별도로 존재할 수 있는, 말하자면 천부와 짝지어짐이 없는 대지의 모성에 대해서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이 경우는 혈(穴) 내지 굴혈(窟穴)이 최초의 인간탄생의 자리구실을 하고 있다는 뜻에서 서안굴신앙 및 굴혈신앙과 함께 -대지모태(大地母胎)-의 관념을 추상화할 수 있는 근거를 얻게 된다. 대지모신앙은 대지의 농산력(農産力) 신앙과도 많은 관련이 있다. 그 흔적은 대전 괴정동 유적에서 출토된 -방패형 동기-에서도 보인다. 알몸의 사내가 남성상징을 노출한 채, 따비로 밭갈이하고 있는 모양이 그려 넣어져 있는 이 청동기의 -나경(裸耕)- 곧 -알몸갈이-를 한반도 북부에서 조선조에 이르도록 시행된 -나경-과 함께 고려하게 될 때, 거기에서는 농산력에 좁혀서 그 구실이 부각된 대지모라는 관념을 추출하게 되는 것이다. 제주신화인 『세경본풀이』에 등장하고 있는 ꡐ세경신ꡑ은 그 성격상 농사신이며 또한 여성신이다.대지모신은 지역에 관계없이 널리 퍼져 있는 신이지만 이와는 달리 특정지역만을 관장한 지신의 존재를 민속신앙 현장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가령, 방위의 신인 오방신(五方神)은 제주에서는 -오방토신-이라고 일컬어지는 지역수호신이다. 방위와 무관하게 한 촌락 전체의 지역신도 존재하고 있다. 제주민속신앙에서는 촌락공동체 수호신, 곧 마을신인 본향당신을 -토지관(土地官)- 또는 -토주관(土主官)-이라고 부름으로써 지역내의 지신임을 분명히 드러내 보이고 있다. 서낭신도 부분적으로는 지역토지신의 성격을 갖고 있다.3. 집을 지키는 터주신대지모신, 지역신으로서의 지신이 집안으로 축소되면 집을 지켜주는 가택신의 역할을 하게 된다. 민속신앙상 집과 그 안팎에서 서로 다른 다양한 구실을 다하고 있는, 넓은 의미의 가택신(家宅神) 가운데에 집안 토지신이 포함되어 있다. 흔히, -터주-라고 불리고 있는 신격이 이에 속한다.터주란 장소, 곧 터의 주인 혹은 터의 신주를 의미한다고 보이는데, 이 경우 터란 말할 것도 없이 집터, 즉 집안의 대지를 의미하고 있다. 터주는 지역에 따라 지신, 철륭, 뒤꼍각시 등으로도 일컬어지고 있으며, 그 신체는 항아리에 쌀을 비롯한 곡식 낟알을 넣고 짚으로 덮인 것으로 표상되나, 더러 항아리 대신에 병이 쓰이기도 한다.이들은 -터주단지- 또는 -터주병-이라고 이름지어져 있다. 터주단지에 짚을 씌우는 경우에 -터주까리-라는 말이 쓰이기도 한다. 이때 -가리-란 -벼낟가리-라고 할 적의 그 가리 혹은 까리와 같은 것이라 생각된다. 이와 같은 집안토지신의 신주는 대체로 집 뒤꼍 장독대를 비롯해서 부엌 안 등에 가장 많이 모셔져 있다.이들에게 올리는 고사나 제사는 대보름날, 삼짇날, 칠석, 유두, 추석, 시월상달 등의 세시명절 이외에도 집안에 일이 있을 적마다 때때로 필요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 집안의 편안함에서부터 병구완, 재수, 복덕을 비는 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축이 이들에게 바쳐지고 있다. 업주나 성주 등과 함께 가장 두텁게 신앙이 바쳐지는 가신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집안토지신인 터주와 관련된 민속행사로는 이른바 -지신밟기-가 널리 알려져 있다. 설날행사의 일환으로서 시행되는 이 지신밟기는 연초에 지신을 즐겁게 함으로써 한 해 동안 집안의 무사와 안녕함을 비는 제의적인 연희행사로 보인다. 가신인 터주에게 바치는 민속적인 굿놀이라고 표현하여도 좋을 것이다. 실제로 영남지방의 『지신밟기노래』의 내용을 살펴보면 지신에 대한 송도(頌禱), 지신의 힘을 빌려서 이룩될 잡귀쫓기, 도둑몰기 등이 이 굿놀이의 주목적임을 알 수 있다.4. 무덤에 관련된 지신이밖에 충청남도 공주의 백제 무령왕릉 지석(誌石)에서 볼 수 있듯이, 무덤의 땅을 관장하는 지신에 대한 신앙도 존재하였다. 그 외에 무덤과 관련된 지신으로는 평안남도 은산군 북창리에서 발견된 -천왕지신총(天王地神塚)-에 벽화로 그려진 지신을 지적할 수 있다. 하나의 뱀 몸에 네 개의 거북이 다리와 두 개의 사람 머리를 지닌 수신인면의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그것은 봉황을 타고 하늘을 날고 있는 모양으로 그려진 남성상인 천왕, 곧 천신과 짝을 이루고 있다.5. 지신굿지신을 모시는 굿거리를 지신굿이라 한다. 일명 지신풀이, 터굿, 터대감굿, 안당굿, 골매기청좌굿으로도 불린다. 지신은-터주-라고도 하는데, 집터와 마을 또는 나라의 터를 맡아보며 집안과 마을 또는 나라의 액운을 걷어주고 재복(財福)을 준다고 믿어지는 신으로 무신(巫神) 중에서 그 위계를 볼 때, 최상층인 천신과 상층인 천상신 다음인 중상층에 속한다. 지신굿은 그 단독으로 행하여지는 경우는 없으며, 큰굿의 한 거리(祭次, 부분)로 행하여진다.그런데 재수굿, 축원굿 또는 씻김굿 등 가정에서 행하여지는 지신굿은 한 집안의 지신 곧 터주를 위한 것이고, 별신굿, 용신굿 등과 같은 동제의 한 거리로 행하여지는 지신굿은 한 마을의 지신을 위한 것이다. 전자의 예로 강원도 고성지역의 재수굿 중에 지신굿이 있는데, 부정굿, 서낭굿, 조상굿, 성주굿 다음으로 행하여진다.굿의 진행은 지신을 모시자고 하여 지신이 그 집안까지 들어온 내력을 밝히고, 그 다음으로는 지신을 누르자고 하여 지신을 좌정시킨다. 그리고 지신을 잘 대접하고 나서, 끝으로 지신에게 집안의 액운을 가져가고 풍요와 재복을 가져다달라고 비는 것으로 끝난다. 후자, 곧 마을의 지신을 위한 굿의 예로 경상북도 울진지역의 별신굿(용왕제)이 있는데, 그 진행을 보면, 부정굿 바로 다음으로 -골매기청좌굿-이라는 이름으로 행하여진다. 이때에도 사람들은 지신님을 모시자고 하여 골매기(마을 수호신인 지신)의 내력을 밝히고, 대접을 한 뒤에, 풍어, 풍농, 장수 등을 빈다.그러면 그에 응하여 지신이 무당에 실려 공수를 내린다. 이것과는 달리 정초에 세시의례로 행하여지는 지신밟기도 일종의 지신굿인데, 이때에는 먼저 마을의 지신을 모신 뒤에 각 집을 돌아다니며 각 가정의 지신을 모신다.지금까지 채록된 지신굿 무가는 강원도 고성지역의 재수굿 무가 속의 『지신굿』과 전라북도 순창지역의 축원굿 무가 속의 『지신굿』, 그리고 전라북도 고창지역의 씻김굿 무가 중에 『지신풀이』가 있다.고성지역의 『지신굿』은 -지신을 모시자.-와 -지신을 눌리자.-라는 반복되는 구절을 먼저 노래하고 이어서 축원을 전개한다.ꡒ어이야─ 지신을 모시자/과년 열슥달 지내갈지라두/어이어─ 지신을 눌리자/안과 태평을 불궈주시구/…… 한편, 전라북도지방의 지신굿은 지신대장군에 대한 굿거리로서 양식 및 세간 기물을 불려주는 신을 제향하는 의식이다.-아츠그 떠낸 양석 저녀그 불어놓구. 저녀그 떠낸 양석 아츠그 불어놓구. 되루 떠내면 섬으루 불어주시던 지신대장이로구나.- 이처럼 지신은 성주와 대응되는 가정의 수호신으로서 가족원의 삶을 보호하고 재산과 기물을 늘려주는 신으로 숭앙되었다.6. 지신밟기음력 정초에 지신을 진압함으로써 악귀와 잡신을 물리치고, 마을의 안강(安康, 평안과 건강함)과 풍작 및 가정의 다복을 축원하는 민속놀이. 벽사진경(陽邪進慶, 요사스런 귀신을 물리치고 경사스러운 일을 끌어들임)을 목적으로 하는 신앙적 마을행사로, 지방에 따라서 마당밟기, 매구(埋鬼), 걸립(乞粒), 걸궁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꽹과리, 징, 북, 장구, 쇠납 등의 민속악기로 구성된 풍물을 선두로 소고패, 양반, 하동(河童), 포수, 머슴과 탈을 쓴 각시 등이 마을의 당산(堂山)굿을 비롯하여 집집마다의 지신을 밟으면서 지신풀이가사를 창하며 춤과 익살, 재주를 연희하는 것으로, 마을의 지신에 대한 공연적(供演的) 성격을 띤 놀이이기도 하다.지신밟기패가 자기 집에 당도하면 주인은 주, 과, 포의 고사상을 차리고, 또 주식(酒食)을 대접하며 전곡을 성의대로 희사하면, 그것을 모아 마을의 공동비용으로 사용한다. 농경민족인 우리 겨레는 예로부터 지방마다 행하였을 것으로 생각되나 현재는 영남지방에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지신밟기의 절차는 지방마다 다소의 차이가 있으나 대략 공통되는 내용은 아래와 같다.음력 섣달 중에 악기, 의상, 도구를 준비하고 연습하는데, 인원은 기수(旗手), 사대부, 팔대부, 하동, 포수, 머슴, 촌로(村老), 촌녀, 각시(탈을 씀) 등이며, 악사는 꽹과리, 징, 북, 장구, 날라리, 소고로 구성하되 인원의 다과는 다를 수 있다. 사대부는 총지휘자격이고 하동과 포수가 상대역으로서 흥을 북돋우는 구실을 하면서 굿거리장단에 덧뵈기춤과 창을 주로 한다. 절차는 대개 정초에서 14일까지 주산(主山)과 당산을 비롯하여 집집마다 밟는다. 그 순서에 따라 간략한 설명과 창사(지신풀이)를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1) 주산지신풀이 : 주산의 신을 모시는 의미에서 맨 먼저 주산에 가서 술과 안주를 놓고 분향 재배한 연후에 풀이를 시작한다. -지신 지신 지신아 주산지신을 울리자. 천지현황 생긴 후에 일월성신이 밝았다. 산천이 개탁하고 만물이 번성할 제……주산성님께 발원이요. 이동네 가가호호 나갈 때는 반짐지고 돌아올 때는 온짐지고 부귀영화 안과태평(安過太平) 점지하여 주옵소서. 어히여루 주산님 만대유전(萬代流傳:길이길이 전하여 내려옴)을 누리소. (후렴)ꡓ(2) 당산지신풀이 : 이때에도 주산에서와 마찬가지로 당산신을 위한 고사를 지낸 뒤에 지신을 밟는다. -지신 지신 지신아 당산지신을 울리자. ……이동네 동민들은 남녀노소 막론하고 단명자 수명장수 박복자 부귀공명 무자자 자손창성 병고자 즉득쾌차 농사자 장원하고 상업자 재수대통 왕기대통 주옵소서. 어히여루 당산님 만대유전을 누리소. (후렴)(3) 집돌이 당산풀이를 마치면 집집마다 지신풀이를 하는데, 그 순서에 따라 약술하면 다음과 같다. 지신밟기패가 집에 당도하면 주인은 반가이 영접하고 소반에 정화수 세 그릇, 촛불 두 자루를 쌀을 담은 그릇에 꽂아 불을 밝힌다. 지신밟기 패는 마당놀이부터 시작하여 끝판에 이르는 동안 여러 가지 춤과 잡희를 한다.① 대청지신풀이 : 이 대목은 장단․춤․가사가 대표적인 것으로 창사가 매우 길다. ꡒ지신 지신이 내려온다. 하늘이 생겨서 갑자년 땅이 생겨서 을축년…… 옥도끼 둘러메고 좌우로 노놔 서서 십리 만치 물러가 오리 만치 뛰어들어 한찰 치고 두찰 치니 나무 넘는 소리 봐라. 천지가 요란하고 사방이 진동한다. (후렴)② 큰방성주풀이 : 모셔 오자 모셔오자 이 집 성주를 모셔오자. ……울리소 울리소 만대유전을 울리소. 잡귀잡신은 물알로 만복은 이리로. (후렴)③ 각방치장풀이 : 이 집짓던 석 달만에 이집좋다 말을 듣고 온갖 사람 구경온다. 이 집 치장을 둘러봐라. ……교자상 자개판에 만판 진수를 차려놓고 일배일배 부일배에 세상만사가 여길세. (후렴) ④ 조왕지신풀이 :어히여루 지신아 조왕지신 울리자. 큰솥은 닷 말치 작은 솥은 서 말치. ……(후렴)⑤ 우물지신풀이 : 어히여루 지신아 용왕지신 울리자. ……(후렴)⑥ 장독지신풀이 : 어히여루 지신아 장독지신 울리자. ……(후렴)⑦ 도장지신풀이 : ……개리(가려)보자 천 석 만 석 개리 보자. ……(후렴)⑧ 마굿간지신풀이 : ……마굿간 지신을 울리자. 기리(르)자 우마 대마를 기리자. ……(후렴)⑨ 정낭(뒷간)지신풀이 :……정낭지신 울리자. 막우자 온갖 질병 막우자 설사병도. ……(후렴)⑩ 삽짝(사립짝)지신풀이 :……총든 도적도 칼든 도적도 막우자. ……(후렴)이처럼 굿패나 걸립패(乞粒牌)가 지신밟기를 하면서 부르는 고사(告祀)소리를 일컬어 지신밟기소리라 부른다. 넓은 의미의 지신밟기소리는 경상도 『지신밟기소리』 외에도 경기도/충청도/전라도의 『마당밟기소리』를 포함하게 되며, 좁은 의미의 지신밟기소리는 경상도 『지신밟기소리』를 가리킨다.지신밟기의 구성은, 굿패나 걸립패가 서낭기를 들고 마을 서낭당에 들러 서낭굿을 하고, 마을 공동우물에서 우물굿을 치며, 마을 도청에 들러 도청굿을 치고, 집집마다 들러 집굿을 친다. 집굿은 무당굿, 우물굿, 마당굿, 성주굿, 조왕굿, 터주굿, 고방굿, 마굿간굿, 칙간굿을 치는데, 흔히 성주굿이나 조왕굿에 고사소리가 딸린다. 고사소리는 고사꾼(비나리꾼)이 따로 있어 소리를 메기는 것이나 풍물패의 경우에는 상쇠가 고사꾼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경상도 『지신밟기소리』는 자진모리장단에 메나리토리(東部民謠調)로 되어 있으며, 풍물패의 『지신밟기소리』의 경우에는 상쇠 또는 고사꾼이 2~4장단을 메기고 풍물꾼들이 쇠가락으로 2장단 간주(間奏)하게 되어 있다.ꡒ(고사소리) 어허라 진신사/지신지신 누르자/(쇠가락)캥--, 갱-매, 갯깽-, 캐--, 개캥매, 개캥매, 갱--, 갯--.전라도 신청걸립패나, 경기도 삼현걸립패의 『마당밟이소리』는 자진모리장단에 패기성음(판소리조)으로 간주 없이 길게 부른다. 경기도, 충청도, 강원도 풍물걸립패의 『마당밟이소리』는 자진모리장단에 메나리토리로 한 마루를 소리하고 잠깐 간주를 하게 되어 있다. 이 지역 절걸립패의 뒷염불은 음악이 다르게 되어 있다. 지신밟기소리 사설이나 내용은 고사소리와 같다.지신풀이가 끝나면 주인이 대접하는 음식을 먹고 전곡을 얻어 가지고 간다. 이때, 전곡을 많이 얻기 위하여 하동과 포수가 갖은 수단과 골계적 희극을 부린다. 얻은 재물은 마을의 공동경비에 사용한다.참고문헌 및 도판▒ 참고 문헌이능화, 朝鮮巫俗考, 이재곤 (옮김), 동문선, 1991.村山智順, 朝鮮의 鬼神, 김희경 (옮김), 동문선, 1990.赤松智城․秋葉 隆 (공저), 朝鮮巫俗의 硏究 下, 심우성 (옮김), 동문선, 1991.김광언, 『우리문화가 온 길』, 민속원, 1998.김종대, 『민간신앙의 실체와 전승』, 민속원, 1999.김태곤, 『한국무가집』Ⅰ~Ⅵ, 원광대학교민속학연구소, 집문당, 1971~1980.김태곤, 『한국민간신앙연구』, 집문당, 1983.김형주, 『민초들의 지킴이 신앙』, 민속원, 2002.최정여․서대석, 『동해안무가』, 형설출판사, 1974.『부산의 문화재』, 부산시, 1977.『한국의 민속예술』1, 한국문화예술진흥원, 1978.김열규, 『한국민속과 문학연구』, 일조각, 1982.『한국민속대관-종교․민간신앙-』, 고려대학교민족문화연구소, 1982.박계홍, 『한국민속학개론』, 형설출판사, 19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