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수뢰둔(水雷屯)
페이지 정보
본문
『 탄생의 시련 』
● 깊이 있는 사람은 안에 간직할 것을 먼저 생각합니
○ 다. 손자병법에도 승산이 있는 자가 이긴다고 했습
● 니다. 안에 간직할 세계가 분명히 갖추어진 다음에
움직여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갖추지 않고 내가
● 움직이면 채워지겠지 하는 막연함으로 움직이는 사
● 람은 망할 사람입니다. 돈이 많다고 성공하는 것은
○ 아닙니다. 그런 사람은 단지 얼마동안의 시간에 그
돈을 탕진하느냐 하는 것만 남았을 뿐 결과는 뻔한
것입니다. 겉만 화려하지 속안에 깊이가 없는 사람
은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수뢰둔(水雷屯)
둔(屯)은 양과 음이 처음으로 서로 교감하여 새
로운 것을 태어나게 하는 그 고난의 때이다. 그
러나 그 고난속에서도 꾸준히 활발하게 움직이
고 있다. 이제 그 힘은 점차로 발전하고 확대하
여 간다. 마치 뇌우의 에너지가 천지간에 가득
하면 머지않아 큰 비가 되어 지상의 만물을 적
셔줌과 같다. 지금은 고난과 암흑이 지배하고
있다. 초조하다고 서둘러서는 안된다. 인재를
적재 적소에 배치하고 꾸준히 노력하면서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 그러나 마음은 항
상 불안하다.
屯, 元亨. 利貞. 勿用有攸往. 利建侯. 象
曰, 屯剛柔始交以難生, 勤乎險中. 大亨貞,
雷雨之動滿盈. 天造草昧, 宜建侯而不寧.
[수뢰둔]은 64괘중 3번째 괘이며 가장 어렵다는 4란괘(亂卦)중의
하나입니다. [둔]괘는 천지창조가 시작되는 고난을 상징하고 있습니
다. 모두 양효로 이루어진 [건]과 모두 음효로 이루어진 [곤] 다음
에 음양이 상호교감하면서 처음으로 나타나는 상태가 [둔]괘입니다.
주역은 여섯 개의 효중 1, 3, 5번째 효는 양성의 자리이고 2, 4,
6번째 효는 음성의 자리인데 수뢰둔괘는 3번째 효 외에는 나머지 효
들은 모두 제자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특히 맨 밑에 양의 효가 자
리잡고 있는 것은 이 세상에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는 뜻이며, 이 괘
는 잘 나갈 수 있다는 것을 표시해 주는 것입니다. 이 괘의 전체적인
뜻은 씨앗을 땅속에다 파묻었을 때 땅속에 묻힌 씨앗이 흙을 뚫고 나
오려니 암담하고 캄캄하기 이를데 없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그러나
그 싹은 결국에는 피어나온다라는 것을 동시에 말하고 있습니다. 그
래서 만약 점을 쳐서 이 괘가 나왔다면 지금하고 있는 일이 아직 성
숙이라는 것을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단순히 주역을 찾아보면 이
괘는 주역 64괘중 나쁜 4개의 괘중 하나라고 나오지만 원래 주역에는
나쁜 괘, 좋은 괘는 없습니다. 주역은 현재가 좋은 상황이면 앞으로
닥칠 나쁜 상황에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하여 현재의 좋은 것을 지속
할 것인가를 말하고, 현재가 어렵고 힘든 상황이면 이를 어떻게 슬기
롭게 극복하여 미래의 좋은 상황으로 만들 것인가를 말하고 있을 뿐
입니다.
[둔]은 상괘가 물을 나타내는 괘이고 하괘는 우뢰를 나타내는 괘입
니다. 현재는 비록 주변 환경이 좋지 않지만 언제든지 우뢰를 일으킬
수 있는 강한 에너지가 충전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머지않아 천둥
이 치듯이 잘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맨 밑의 양효는 이 세상에
굳건히 자신의 뜻을 세우고 이제 막 나아가려고 하는 것을 나타냅니다.
그런데 위로 세개의 음효가 있어 양의 기운이 나아가려는데 그 기운을
계속 흡수해 버리니 암담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마치 씨앗이
싹을 틔우기 위해 땅을 뚫고 나오려는데 흙의 인력이 계속 잡아당기기
때문에 나아가기가 매우 곤란한 처지에 빠져 있는 것과 같은 상황입니
다. 그러나 첫번째 양의 기운은 꾸준히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가
장 중요한 다섯번째의 효가 양효의 자리에 양효가 위치하여 중정(中正)
을 이루고 있으므로 첫번째 양효의 활동이 올바로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장해 주고 있습니다. 아무리 흙이 잡아당길 지라도 씨앗은 결국에
그것을 뚫고 세상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뇌우의 에너지가 천지간에 가득하면 머지않아 큰 비가 되어 지상
의 만물을 적셔줌과 같다." 물론 지금은 우뢰가 구름밑에 있어서 번개
와 천둥을 일으킬 수 없는 미성숙된 상태에 있고, 환경이 방해하는 것
들로 둘러싸여져 있는 매우 암담한 상황이지만, 그 고난속에서도 씨앗
이 모래에 자리잡은 것이 아니고 제대로 땅에 확고히 자리를 잡고 있
기 때문에 그 힘은 점차로 발전하고 확대되어 결국에는 뇌우의 에너지
가 천지간에 가득하여 큰 비를 내려 지상의 만물을 적셔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제 어떻게 뚫고 나가느냐 하는 문제만이 남아 있습니다.
대상. 우뢰가 구름 밑에 있어서 아직 진로할만한
기세에 도달하지 못하였다. 이것이 [둔]의 괘상이
다. 군자는 이러한 질식 상태를 타개하기 위하여
국가 경륜의 큰 뜻을 세운다.
大象, 雲雷屯. 君子以經綸
씨앗이 난관을 뚫고 세상에 얼굴을 내밀 수 있는 것은 꽃을 피울려고
하는 그 뜻이 옳바르고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세상에 우뚝 서서 세
상을 위한 일을 하려고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뜻을 정립하는 일입니다. 뜻이 올바르고 분명하면 한 때 어려운 역
경이 닥치더라도 미래의 영광을 위해 지혜와 인내로써 극복하고 나아갈
것이며 뜻이 부정하고 약하면 주변의 유혹에 빠져서 이룰 수 없기 때문
입니다. "군자는 이러한 질식 상태를 타개하기 위하여 국가 경륜의 큰
뜻을 세운다." 이것이 곧 인재를 적재 적소에 배치하고 꾸준히 노력하면
서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자세입니다. 부딪치고 나아가는 일은 잠시 내일
을 기약하면서 보류하고 앞으로 일어나는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피며 서
서히 일으켜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큰 뜻은 절대 잃어버림이 없이 오히
려 안으로 더 굳게해야 하는 것입니다.
첫번째 양효. 더 나아갈 수 없다. 그러나 정체만하
고 있을 수는 없다. 갈수도 머무를 수도 없는 상태
에서 무릇 주자(走者)는 고민하고 있으나 뜻한 바는
정당하다. 겸손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면 크게 민
심을 얻을 것이다.
初九, 磐桓. 利居貞. 利建侯. 象曰, 雖磐桓,
志行正也. 以貴下賤, 大得民也.
나갈 수도, 멈출 수도 없는 상황에서 양효가 흘러 넘치는 양성기운의
심경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비록 주저하고 고민하고 있으나 다섯번째
양효가 중정(中正)의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뜻한 바는 정당합니다.
또 정체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분명한 뜻을 얻어 그 힘으
로 나아갈 길을 멈추지 말고 고난을 극복해 나아가야 합니다. 위로 세개
의 음성기운이 누르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타고 넘어가야 합니다.
음성기운은 힘으로 누르고 넘어갈 것이 아니고, 잘 달래어 극복해야 할
기운입니다. 남자가 여자를 이기는 것은 여자를 잘 다독거려서 스스로
따르게 하는 것이지 결코 완력으로 휘어잡는다고 여자를 이기는 것이 아
닙니다. 그래서 몸을 낮추는 겸손한 마음으로 대하면 음성기운의 마음을
얻어 넘어갈 수가 있는 것입니다.
두번째 음효. 나가기를 주저하여 되돌아 온다. 말을
타고 가다가 되돌아 온다. 방황하는 모습이다. 이웃
집 남자가 사모하여 구혼(求婚)한다. 처녀는 정조가
견고하여 함부로 유혹되지 않고 마침내 상도(常道)로
돌아와서 올바른 상대와 결혼한다.
六二, 屯如, 瀆如, 乘馬班如. 匪寇, 婚구.
女子貞不字, 十年乃字. 象曰, 六二之難,
乘剛也. 十年乃字, 反常也.
첫번째 양효가 나아가려고 하였으나 음효가 잡아당겨서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힘을 좀 보태서 말을 타고 나갔으
나 그 위의 음효가 워낙 강하여 결국은 다시 되돌아 왔습니다. "이웃집
남자가 사모하여 구혼(求婚)한다." 두번째 음효는 陰의 자리에 陰이 있
어 좋은 위치지만 첫번째 양효와 가까이 있어 유혹을 받기가 쉽습니다.
본래 대응관계에 있는 다섯번째 효가 양효로서 이 음효는 다섯번째 양효
를 따라야 합니다. 그런데 밑의 양효가 가까이 있어 그 유혹에 망설이고
있습니다.
"처녀는 정조가 견고하여 함부로 유혹되지 않고 마침내 상도(常道)로
돌아와서 올바른 상대와 결혼한다." 그러나 음효는 2, 4, 6번 모두 陰의
자리에 정당하게 위치하고 있습니다. 특히 두번째 음효는 내괘의 가운데
효로서 중정(中正)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끝끝내
정조를 지켜 다섯번째 양효와 결합을 이룰 수 있습니다. "절개가 굳은 처
녀는 긴 고민의 세월을 참아 넘기고 마침내는 정상적인 길로 돌아와 정당
한 상대자와 결합을 한다." 즉 긴 고민의 세월을 참아 넘기고 마침내는
정상적인 길로 돌아와 이루어낸다는 뜻입니다. 첫번째 효에서 시작을 해
서 두번째에 잘 안되고 있지만 잘 안되는 것은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잘
안되는 것이지 바탕이 될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안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바탕은 될 수 있는 자질은 충분히 갖추었는데 되기 위한 장애가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처음에 세운 뜻을 향해 한 때 유혹이 오더라도
뜻을 저버리지 말고 일관하여 끊임없이 꾸준히 해 나가면 반드시 뜻을 이
룰 수 있습니다.
세번째 음효. 사냥꾼이 사슴에 정신이 팔려 안내자도
없이 숲속으로 깊숙히 들어가는 상태다. 위험한 징조
를 보면 곧 중지해야 한다. 함부로 들어갔다가는 반
드시 막다른 골목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六三, 卽鹿无虞, 惟入于林中. 君子幾不如含.
往客. 象曰,卽鹿无虞, 以從禽也, 君子含之,
往客, 窮也.
"사냥꾼이 사슴에 정신이 팔려 안내자도 없이 숲속으로 깊숙히 들어간
상태" 첫번째 두번째에서 꾸준히 열심히 하였으나 위로 두개의 음에너지
가 강하게 누루고 있어 양에너지가 나아가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열심
히 하려는 마음만 앞서 사냥꾼이 사슴에 정신이 팔려 너무 쫓다 보니까
안내자도 없이 밀림속으로 깊숙히 들어간 상태가 되었습니다. 되어가는
것인지 안되는 것인지도 모르고 무조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
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외부를 관찰할 줄 모르고 단순히 열심히 하는 모
습의 자기 자신에 도취되어 있는 것입니다.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은 아
닙니다. 열심히 하면서 변화를 일으켜야 합니다. 어려우면 어려운 상황을
변화시켜서 뚫고 나아가야지 막연히 열심히만 해서는 안됩니다. 세상에
부지런한 사람들은 많이 있습니다. 아침에 별을 보고 나와서 어둠이 깊어
진 다음에 들어오는 사람들, 새벽 네시 반에 나가서 돌 나르다가 밤 열한
시에 들어와서 곯아 떨어지고, 다음날, 그 다음날도 똑같이 사는 사람들,
그러다가 나이 오십이 넘어가면 류마티스, 관절염 등 골병이 들어 자기몸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사람들은 비록 열심히
는 살았지만 비젼이 없이 살았기 때문에 변화가 없었습니다. 비젼 없는 노
력은 아무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자기 한다는 것에만 몰두해서 하지 말고, 가다가 위험하면 중지할 수 있
는 융통성이 있어야 합니다. 아프면 쉬면서 상처를 치료하고, 상처가 아물
면 다시 서서히 시작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이판사판으로 그냥 무작
정 내닫으면 결국 길이 막혀 헤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이제 양에너지가 나
아가는데 있어 가장 어려운 결정적인 상태가 바로 지금입니다. [수뢰둔]이
'고(苦)'를 나타내는 이유는 세번째 효가 음성인데, 두번째 음성기운 뿐만
아니라 위의 네번째 음성기운까지 받아들여 음에너지 세개로 양에너지에 밀
어 닥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마치 남자가 세 여인을 감당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남자가 한 여인을 잘 구슬려서 따르게 하는 것도 힘이 드는
데 세 여인이나 모두 불화없이 이끌고 넘어가려면 그만큼 어려운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사나이로 태어났으면 세 여자를 다스릴 정도는 되어야
장부라고 할 수 있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두번째 여자
까지 다스리려면 단순히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안되고 비젼을 일으킬 수 있
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젼이 보이게 되면 위험이 닥쳐도 좌절하지 않고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도를 찾게 됩니다. 길을 잃으면 되돌아 오더라도 절망
하지 않습니다. 세상과 부딪치려 하지 말고, 세상에 머리를 숙이면서 타고
넘는 것. 가다가 조금이라도 이상한 상황이 오게 되면 얼른 중지하고 재정
비한 다음, 거듭 살피며 나아가는 것. 세번째 효는 이를 말하고 있습니다.
네번째 음효. 말을 타고 내달았다가 주저하며 되돌아
온다. 돌아와 혼인을 구한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성
취될 것이다. 혼자의 힘으로 독주하려 들지 말고 동지
를 구하여 함께 나아감이 현명하다. 그리하면 모든 것
이 순조롭고 길하리라.
六四, 乘馬班如. 求婚구往, 吉无不利.
象曰, 求而往, 明也.
생물학자들은 남자와 여자의 구조가 어떻게 생겼으며 그 차이는 무엇인가
를 인체에 대한 연구, 특히 성호르몬의 성질과 그 기능 등을 밝혀냄으로써
파악할 것입니다. 또 심리학자들은 남녀의 마음과 심리적 변화 등을 연구할
것입니다. 그러나 남녀가 기하학적으로 어떻게 생겼는가하는 것을 가장 정확
하게 말해주는 것이 바로 주역입니다. 주역은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
대로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말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인간으로 하여금
이 세상에서 유익함과 행복할 수 있는 길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주역이 이 세상에 탄생하게 된 동기입니다. 인간이 궁극적으로 어떻게
해야지 행복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가? 그것은 먼저 남자는 남자가 무엇인지
를 분명히 알고 여자는 여자가 무언지를 알고,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
답게 사는 것이 바로 행복에 이르는 길입니다. 남자는 남자가 무엇인지 모르
고 남자답게 살지 못할 때 불행해지며, 여자는 여자가 무언지를 모르고 여자
로서 살지 못하기 때문에 불행해 집니다. 단순히 나는 여자이니까 남자가 필
요하다, 혹은 나는 남자이니까 여자가 필요하다고 해서 남녀가 같이 살면 처
음에는 잠깐 행복한 것같지만 좀 지나면 공허해지기 쉽상입니다. 그 남자가
다 그 남자같고, 그 여자가 다 그 여자 같아서 행복이 오지를 않습니다. 그
이유는 여자가 여자를 분명히 모르고 남자가 남자를 분명히 모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음성에너지가 두 개, 양성에너지가 한 개 있는 것이 남자입니다. 또 양성
에너지가 두 개, 음성에너지가 한 개 있는 것이 여자입니다. 남자는 겉으로
는 양성이지만 안으로 음성기운이 둘 있고, 여자는 겉으로는 음성이지만 안
으로 양성기운이 둘 있습니다. 옛날 우리나라의 성리학은 주역을 토대로 해
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여자는 여자, 남자는 남자라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
해서 "남녀칠세부동석"이라고 까지 하였습니다. 남녀지간에 우정이 존재한다
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남녀지간에 우정은 없습니다. 우정이라는 심
리적인 작용도 자연은 여자는 여자대로 남자는 남자대로 존재하게 만들어 놓
았기 때문에 끝내 가서는 남녀지간의 애정으로 변해버리게 됩니다. 양성에너
지는 "쉽고 친절하다."고 했으므로 처음에는 친구같이 존재할런지는 모르지
만 조금 지나면 안에 있는 음성에너지가 움직여서 그 여자를 취하려 하게 됩
니다. 그래서 여자들은 남자는 늑대라고 말합니다. 그 속셈이 나중에 드러나
기 때문입니다. 남녀가 만나다 보니까 친해져서 한 번 이불 속안에 들어가면
변하는 남자가 있습니다. 조금 전 까지는 "미스 김 커피 드시겠어요?" 이렇
게 친절하다가 이불 속안에 들어갔다 나오면 "어이 뭐 마실 거 없어? 좀 가
져와." 이렇게 명령형으로 변하는 남자. 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금 전 까
지는 얌전떨고 있다가 이불 속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나 뭐 살게 있는데
..." 하는 여자. 이런 남자나 여자와는 빨리 헤어지는 것이 좋습니다. 또 어
떤 남자는 이불 속안에 들어가면 만족해 가지고 "미스김 다음에 꼭 다시 한번
만나 주시는 거죠?" 하며 이상야릇한 친절을 계속 베푸는 남자, 이런 남자는
애욕적인 심정으로 인해 언젠가 나를 버릴 남자라는 사실을 알아야 됩니다.
마찬가지로 자기 기분에 도취되어 좋아하는 여자, 이런 여자는 소속이 없는
여자입니다. 즉, 절개 없는 여자입니다.
그러면 어떤 남녀가 만나야 되는가? 세칭 천생연분이라고 불리우는 남녀의
만남은 참으로 어려운 것입니다. 서로간에 마음으로 일어나는 것도 아니면서
아무런 욕심도 없이 무언가 눈에 보여지지 않는 밀착감이 느껴지는 사람들이
틀림없이 있습니다. 음양의 기가 완전히 순응되는 상태의 밀착감을 느끼는 사
람들 사이가 천생연분입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런 사람 만나는 것은 극히
힘듭니다. 한 평생을 산다고 하더라도 거의 만나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백년
을 사는 동안에 한 번 만나기가 그렇게 힘든 사람을 못 만날 바에는 자기 자
신이 남자가 무엇이라는 것을 알고 남자답게 사는 것, 여자가 무엇이다하는
것을 알고 여자답게 사는 것, 그것이 보다 행복한 길입니다. 그것은 차라리
자신의 연분을 만나는 것보다 더 쉬운 길입니다. 여성에너지는 뒤에 남성에너
지를 두 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자는 일단 받아들이는 쪽으로 나아가야 합
니다. 안에 있는 두 개의 양성에너지가 밖으로 먼저 튀어나와 버리면 자기가
받아들여야 할 그 부분이 쪼개져 나가 버리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그 여자
는 안주할 곳이 전혀 없게 됩니다. 남자도 역시 마찬가집니다. 바깥으로 나가
는 에너지가 있는 한은 그 뒤에 안으로 포근히 돌아오는 세계를 간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간직이 없는 남자, 다시 말하면 벌어야만 되겠다고 사업하는
사람은 망하기 쉽상입니다. 남자가 성공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것은 뒤의 음성
에너지를 통해 얼마만큼 잘 받아들여 안으로 차곡차곡 쌓아 놓는가? 또 그것
을 어떻게 오랫동안 유지하는가에 달린 것입니다.
이 [수뢰둔] 괘는 위아래 어느 한 쪽이 여자여야 되는데 둘다 남자입니다.
위에 세효에서 양효가 하나이며 하래의 괘에서도 세효중에 양효가 하나이기
때문에 위 아래가 모두 양효가 대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안으로 여성에너
지를 많이 가지고는 있지만 이 여성에너지를 통해 충분히 안에서 저장을 시
킬 만한 능력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이 괘는 굉장히 어렵게 된다라는 점을 말
하고 있습니다. 깊이 있는 남자는 안에 간직한 것을 먼저 생각합니다. 손자
병법에도 "승산이 있는자가 이긴다."라고 했습니다. 안에 간직할 세계가 분
명히 갖추어진 다음에 움직여야 되는 것입니다. 그것을 갖추지 않고 '안이
비었으므로 내가 움직이면 채워지겠지.' 하는 사람은 틀림없이 망합니다.
돈이 있다고 성공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런 사람은 단지 얼마만한 시간
에 그 돈을 탕진하느냐만 남았을 뿐이지 결과는 뻔한 것입니다.
"말을 타고 내달았다가는 주저하며 되돌아온다. 돌아와 혼인을 구한다."
세번째까지 극복하고 이제 네번째로 오게 되면 내괘에서 외괘로 비약을 한
것입니다. 그동안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숲속에서 방황하다가 이제 대평원으
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행복이 있는 줄 알았는데 행복이 있는게 아니고 "아
무 것도 없더라," 즉 내가 얻을려고 하는게 없었습니다. 씨앗이 흙 속안에
서 "야 이 흙만 뚫고 나가면 뭐 있겠지" 하고선 나가 보니까 아무것도 없더
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들어와서 혼인을 구해야 합니다. 혼인을 구
한다는 것은 음성에너지가 이제는 양성에너지의 사리판단을 필요로 해서 같
이 나가야 된다는 뜻입니다. 남자는 사리판단이라는 걸 가지고 있습니다.
여자는 일단 음성에너지로 받아들일려고 하기때문에 사리판단을 하지 않습
니다. 갈려고 하는 자가 뭐가 있는가 더듬더듬 생각하는 것이지, 가질려고
하는 자는 더듬거릴 필요가 없습니다. 남자는 갈려고 하는 사람이기 때문
에 더듬더듬 "이것이 어떻게 되어 있느냐?"를 보는 겁니다. 여자는 뭔가 잡
히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혼인을 구한다라는 이야기는 첫
번째 양효의 살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나아가라는 이야기입니다.
다섯번째 양효. 은덕(恩德)이 널리 미치는 경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마음이 편협하고 도량이 크
지 못하다. 작은 일을 맡은 자는 꾸준하여 길할 것이
나, 큰 일을 맡은 높은 지위에 있는 이가 이러한 태
도로 있으면, 융통성이 없어 흉하리라.
六五, 屯其膏, 小貞吉, 大貞凶. 象曰, 屯其膏,
施未光也.
[수뢰둔]은 음, 양이 교감되어 나타나는 첫번째 괘입니다. 그래서 다섯번째
양효가 중정(中正)을 지키고 있고 두번째 음효와 정응(正應)을 이루어 올바른
위치에 있지만, 아직 은덕(恩德)이 널리 미치는 경지에는 이르지 못하였습니
다. 남자가 크면 클수록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포용력이 확대되어야 성숙할
수 있습니다. 포용력이 있다는 것은 곧 융통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융통성 없
는 사람들이 세상을 욕합니다. 회사에서 자기 상관이 온전하지 못하면 자신은
그러지 않으면 됩니다. 그런데 융통성 없는 사람이 동료들과 허구헌날 술마시
며 상관을 흉봅니다. 세상은 온전한 것입니다. 인간이 행위함으로써 자연적으
로 벌어진 세상의 일들은 모두 다 의미있는 것들입니다. 나쁜 것은 나쁜 것대
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나쁜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나쁜 짓을 같이
하라는 얘기가 아니고, 그 나쁜 것이 저질러질 수밖에 없는 배경의 세계를 찾
아내어 그것을 시정할 수 있는 도량을 갖추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융통성입니다. 설렁탕 집은 설렁탕 고유의 분위기와 맛이 있습니다. 풋풋한 실
내장식과 뚝배기는 설렁탕의 맛을 대표합니다. 그런데 융통성 없는 사람이 돈
을 많이 벌었다고 설렁탕 집을 개조하여 대리석으로 번쩍 번쩍하게 해놓고 그
릇을 은그릇 금그릇으로 바꿔버리면 오히려 더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집기를 사
용했는데도 더이상 손님이 오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음성에너지
로 유지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갖추어야 합니다.
여섯번째 음효. 말을 타고 떠났으나 갈 곳이 없어 되돌아 온다.
처량하고 외로움에 피눈물을 흘린다. 앞날이 멀지 않구나.
上六, 乘馬班如. 泣血漣如, 何可長也.
무슨일이나 너무 지나치게 궁극까지 내달으면 결국은 궁지에 빠져 오도가
도 못하게 됩니다. [수뢰둔]의 괘상은 맨밑의 양효가 세상에 강하게 서는 자
신을 확립하였지만 위로 음효가 겹쳐있어 길이 막혀있는 형국이라고 했습니
다. 주역은 역순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괘가 위로 올라오고 외괘
가 아래로 내려갑니다. 그러면 맨 아래에 음효가 서서 아래로 받아들이고 맨
위에도 음효가 서서 위를 받아들입니다. 결과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충분히
해서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나가야 하는 부분은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세계를
깊이 뿌리 내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이루어졌을 때 비로서 뇌성이 물
을 뚫고 바깥에 나와서 온 세상에 번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받아
들이는 것 없이 조금 잘 된다고 자기 고집대로 밀고 나아가다 보면 결국 밑
으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되어 갈 곳이 없게 됩니다. 그리고 안으로 쌓여
진 것이 없으니 더 오래 갈 수도 없습니다. 이러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음덕을 갖추는 것입니다.
[수뢰둔]은 내괘 외괘 모두 음효가 둘, 양효가 하나로서 양성입니다. 어느
한 쪽이 음성이어야 서로 잘 융합이 되는데 둘 다 남성이어서 서로 조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면에는 여성에너지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안에서 차곡 차곡 잘 쌓을 만한 능력이 갖추어지면 잘 이루어 낼 수
있습니다. 남자가 성숙하려면 포용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음성기운의 포용력
이 없이 양성에너지로 꼿꼿이 서려고만 하면 집안이 분산되고 가족이 헤어집
니다. 그래서 음성기운으로 포용할 수 있는 포용력이 있어야 합니다. 포용력
은, 세상의 모든 일은 자연이 자연적으로 저지른 일들이기 때문에 모두 수용
할 수 있다는 마음입니다. 세상에는 온전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악날
한 사람도 있고 자기에게 혹은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에게 파렴치한 행위를 하
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세상을 욕하고 하늘을 욕해서는 안됩니다. 홍
수가 나서 봄에 피땀 흘려서 농사지어 놓은 것들을 하루 아침에 싹 거두어 갔
다고 하늘을 욕해봐야 하늘은 꿈적도 안합니다. 그것은 자연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욕하는 인간이 잘못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세상이 살기 힘들다고 해
서 세상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세상은 온전합니다. 다만, 온전한 사람이
드물 뿐입니다. 이 세상에서 자기 일을 하다 보면 부딪치는 세계가 많습니다.
그것을 모두 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예수는, 제자들이 사람들이 자
신들을 핍박한다고 말할 때, 일흔번씩 일곱번이라도 용서하라고 했습니다. 즉
자신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애증(愛憎)을 일흔번씩 일곱번이라도 없애라는
뜻입니다. 그래야만 씨앗은 햇빛도 필요하고 빗줄기도 필요한 것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씨앗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자연의 힘이 있습니다. 세상이
우리를 핍박해도 우리는 자연의 힘이 있기 때문에 모두 받아들이고 용서할 수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싹은 야들 야들하게 나왔지만 이제 뻣뻣한 줄기로 굳
어질 것입니다.
2005. 9. 27. 유성 記..
● 깊이 있는 사람은 안에 간직할 것을 먼저 생각합니
○ 다. 손자병법에도 승산이 있는 자가 이긴다고 했습
● 니다. 안에 간직할 세계가 분명히 갖추어진 다음에
움직여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갖추지 않고 내가
● 움직이면 채워지겠지 하는 막연함으로 움직이는 사
● 람은 망할 사람입니다. 돈이 많다고 성공하는 것은
○ 아닙니다. 그런 사람은 단지 얼마동안의 시간에 그
돈을 탕진하느냐 하는 것만 남았을 뿐 결과는 뻔한
것입니다. 겉만 화려하지 속안에 깊이가 없는 사람
은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수뢰둔(水雷屯)
둔(屯)은 양과 음이 처음으로 서로 교감하여 새
로운 것을 태어나게 하는 그 고난의 때이다. 그
러나 그 고난속에서도 꾸준히 활발하게 움직이
고 있다. 이제 그 힘은 점차로 발전하고 확대하
여 간다. 마치 뇌우의 에너지가 천지간에 가득
하면 머지않아 큰 비가 되어 지상의 만물을 적
셔줌과 같다. 지금은 고난과 암흑이 지배하고
있다. 초조하다고 서둘러서는 안된다. 인재를
적재 적소에 배치하고 꾸준히 노력하면서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 그러나 마음은 항
상 불안하다.
屯, 元亨. 利貞. 勿用有攸往. 利建侯. 象
曰, 屯剛柔始交以難生, 勤乎險中. 大亨貞,
雷雨之動滿盈. 天造草昧, 宜建侯而不寧.
[수뢰둔]은 64괘중 3번째 괘이며 가장 어렵다는 4란괘(亂卦)중의
하나입니다. [둔]괘는 천지창조가 시작되는 고난을 상징하고 있습니
다. 모두 양효로 이루어진 [건]과 모두 음효로 이루어진 [곤] 다음
에 음양이 상호교감하면서 처음으로 나타나는 상태가 [둔]괘입니다.
주역은 여섯 개의 효중 1, 3, 5번째 효는 양성의 자리이고 2, 4,
6번째 효는 음성의 자리인데 수뢰둔괘는 3번째 효 외에는 나머지 효
들은 모두 제자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특히 맨 밑에 양의 효가 자
리잡고 있는 것은 이 세상에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는 뜻이며, 이 괘
는 잘 나갈 수 있다는 것을 표시해 주는 것입니다. 이 괘의 전체적인
뜻은 씨앗을 땅속에다 파묻었을 때 땅속에 묻힌 씨앗이 흙을 뚫고 나
오려니 암담하고 캄캄하기 이를데 없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그러나
그 싹은 결국에는 피어나온다라는 것을 동시에 말하고 있습니다. 그
래서 만약 점을 쳐서 이 괘가 나왔다면 지금하고 있는 일이 아직 성
숙이라는 것을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단순히 주역을 찾아보면 이
괘는 주역 64괘중 나쁜 4개의 괘중 하나라고 나오지만 원래 주역에는
나쁜 괘, 좋은 괘는 없습니다. 주역은 현재가 좋은 상황이면 앞으로
닥칠 나쁜 상황에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하여 현재의 좋은 것을 지속
할 것인가를 말하고, 현재가 어렵고 힘든 상황이면 이를 어떻게 슬기
롭게 극복하여 미래의 좋은 상황으로 만들 것인가를 말하고 있을 뿐
입니다.
[둔]은 상괘가 물을 나타내는 괘이고 하괘는 우뢰를 나타내는 괘입
니다. 현재는 비록 주변 환경이 좋지 않지만 언제든지 우뢰를 일으킬
수 있는 강한 에너지가 충전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머지않아 천둥
이 치듯이 잘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맨 밑의 양효는 이 세상에
굳건히 자신의 뜻을 세우고 이제 막 나아가려고 하는 것을 나타냅니다.
그런데 위로 세개의 음효가 있어 양의 기운이 나아가려는데 그 기운을
계속 흡수해 버리니 암담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마치 씨앗이
싹을 틔우기 위해 땅을 뚫고 나오려는데 흙의 인력이 계속 잡아당기기
때문에 나아가기가 매우 곤란한 처지에 빠져 있는 것과 같은 상황입니
다. 그러나 첫번째 양의 기운은 꾸준히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가
장 중요한 다섯번째의 효가 양효의 자리에 양효가 위치하여 중정(中正)
을 이루고 있으므로 첫번째 양효의 활동이 올바로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장해 주고 있습니다. 아무리 흙이 잡아당길 지라도 씨앗은 결국에
그것을 뚫고 세상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뇌우의 에너지가 천지간에 가득하면 머지않아 큰 비가 되어 지상
의 만물을 적셔줌과 같다." 물론 지금은 우뢰가 구름밑에 있어서 번개
와 천둥을 일으킬 수 없는 미성숙된 상태에 있고, 환경이 방해하는 것
들로 둘러싸여져 있는 매우 암담한 상황이지만, 그 고난속에서도 씨앗
이 모래에 자리잡은 것이 아니고 제대로 땅에 확고히 자리를 잡고 있
기 때문에 그 힘은 점차로 발전하고 확대되어 결국에는 뇌우의 에너지
가 천지간에 가득하여 큰 비를 내려 지상의 만물을 적셔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제 어떻게 뚫고 나가느냐 하는 문제만이 남아 있습니다.
대상. 우뢰가 구름 밑에 있어서 아직 진로할만한
기세에 도달하지 못하였다. 이것이 [둔]의 괘상이
다. 군자는 이러한 질식 상태를 타개하기 위하여
국가 경륜의 큰 뜻을 세운다.
大象, 雲雷屯. 君子以經綸
씨앗이 난관을 뚫고 세상에 얼굴을 내밀 수 있는 것은 꽃을 피울려고
하는 그 뜻이 옳바르고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세상에 우뚝 서서 세
상을 위한 일을 하려고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뜻을 정립하는 일입니다. 뜻이 올바르고 분명하면 한 때 어려운 역
경이 닥치더라도 미래의 영광을 위해 지혜와 인내로써 극복하고 나아갈
것이며 뜻이 부정하고 약하면 주변의 유혹에 빠져서 이룰 수 없기 때문
입니다. "군자는 이러한 질식 상태를 타개하기 위하여 국가 경륜의 큰
뜻을 세운다." 이것이 곧 인재를 적재 적소에 배치하고 꾸준히 노력하면
서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자세입니다. 부딪치고 나아가는 일은 잠시 내일
을 기약하면서 보류하고 앞으로 일어나는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피며 서
서히 일으켜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큰 뜻은 절대 잃어버림이 없이 오히
려 안으로 더 굳게해야 하는 것입니다.
첫번째 양효. 더 나아갈 수 없다. 그러나 정체만하
고 있을 수는 없다. 갈수도 머무를 수도 없는 상태
에서 무릇 주자(走者)는 고민하고 있으나 뜻한 바는
정당하다. 겸손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면 크게 민
심을 얻을 것이다.
初九, 磐桓. 利居貞. 利建侯. 象曰, 雖磐桓,
志行正也. 以貴下賤, 大得民也.
나갈 수도, 멈출 수도 없는 상황에서 양효가 흘러 넘치는 양성기운의
심경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비록 주저하고 고민하고 있으나 다섯번째
양효가 중정(中正)의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뜻한 바는 정당합니다.
또 정체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분명한 뜻을 얻어 그 힘으
로 나아갈 길을 멈추지 말고 고난을 극복해 나아가야 합니다. 위로 세개
의 음성기운이 누르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타고 넘어가야 합니다.
음성기운은 힘으로 누르고 넘어갈 것이 아니고, 잘 달래어 극복해야 할
기운입니다. 남자가 여자를 이기는 것은 여자를 잘 다독거려서 스스로
따르게 하는 것이지 결코 완력으로 휘어잡는다고 여자를 이기는 것이 아
닙니다. 그래서 몸을 낮추는 겸손한 마음으로 대하면 음성기운의 마음을
얻어 넘어갈 수가 있는 것입니다.
두번째 음효. 나가기를 주저하여 되돌아 온다. 말을
타고 가다가 되돌아 온다. 방황하는 모습이다. 이웃
집 남자가 사모하여 구혼(求婚)한다. 처녀는 정조가
견고하여 함부로 유혹되지 않고 마침내 상도(常道)로
돌아와서 올바른 상대와 결혼한다.
六二, 屯如, 瀆如, 乘馬班如. 匪寇, 婚구.
女子貞不字, 十年乃字. 象曰, 六二之難,
乘剛也. 十年乃字, 反常也.
첫번째 양효가 나아가려고 하였으나 음효가 잡아당겨서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힘을 좀 보태서 말을 타고 나갔으
나 그 위의 음효가 워낙 강하여 결국은 다시 되돌아 왔습니다. "이웃집
남자가 사모하여 구혼(求婚)한다." 두번째 음효는 陰의 자리에 陰이 있
어 좋은 위치지만 첫번째 양효와 가까이 있어 유혹을 받기가 쉽습니다.
본래 대응관계에 있는 다섯번째 효가 양효로서 이 음효는 다섯번째 양효
를 따라야 합니다. 그런데 밑의 양효가 가까이 있어 그 유혹에 망설이고
있습니다.
"처녀는 정조가 견고하여 함부로 유혹되지 않고 마침내 상도(常道)로
돌아와서 올바른 상대와 결혼한다." 그러나 음효는 2, 4, 6번 모두 陰의
자리에 정당하게 위치하고 있습니다. 특히 두번째 음효는 내괘의 가운데
효로서 중정(中正)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끝끝내
정조를 지켜 다섯번째 양효와 결합을 이룰 수 있습니다. "절개가 굳은 처
녀는 긴 고민의 세월을 참아 넘기고 마침내는 정상적인 길로 돌아와 정당
한 상대자와 결합을 한다." 즉 긴 고민의 세월을 참아 넘기고 마침내는
정상적인 길로 돌아와 이루어낸다는 뜻입니다. 첫번째 효에서 시작을 해
서 두번째에 잘 안되고 있지만 잘 안되는 것은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잘
안되는 것이지 바탕이 될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안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바탕은 될 수 있는 자질은 충분히 갖추었는데 되기 위한 장애가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처음에 세운 뜻을 향해 한 때 유혹이 오더라도
뜻을 저버리지 말고 일관하여 끊임없이 꾸준히 해 나가면 반드시 뜻을 이
룰 수 있습니다.
세번째 음효. 사냥꾼이 사슴에 정신이 팔려 안내자도
없이 숲속으로 깊숙히 들어가는 상태다. 위험한 징조
를 보면 곧 중지해야 한다. 함부로 들어갔다가는 반
드시 막다른 골목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六三, 卽鹿无虞, 惟入于林中. 君子幾不如含.
往客. 象曰,卽鹿无虞, 以從禽也, 君子含之,
往客, 窮也.
"사냥꾼이 사슴에 정신이 팔려 안내자도 없이 숲속으로 깊숙히 들어간
상태" 첫번째 두번째에서 꾸준히 열심히 하였으나 위로 두개의 음에너지
가 강하게 누루고 있어 양에너지가 나아가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열심
히 하려는 마음만 앞서 사냥꾼이 사슴에 정신이 팔려 너무 쫓다 보니까
안내자도 없이 밀림속으로 깊숙히 들어간 상태가 되었습니다. 되어가는
것인지 안되는 것인지도 모르고 무조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
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외부를 관찰할 줄 모르고 단순히 열심히 하는 모
습의 자기 자신에 도취되어 있는 것입니다.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은 아
닙니다. 열심히 하면서 변화를 일으켜야 합니다. 어려우면 어려운 상황을
변화시켜서 뚫고 나아가야지 막연히 열심히만 해서는 안됩니다. 세상에
부지런한 사람들은 많이 있습니다. 아침에 별을 보고 나와서 어둠이 깊어
진 다음에 들어오는 사람들, 새벽 네시 반에 나가서 돌 나르다가 밤 열한
시에 들어와서 곯아 떨어지고, 다음날, 그 다음날도 똑같이 사는 사람들,
그러다가 나이 오십이 넘어가면 류마티스, 관절염 등 골병이 들어 자기몸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사람들은 비록 열심히
는 살았지만 비젼이 없이 살았기 때문에 변화가 없었습니다. 비젼 없는 노
력은 아무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자기 한다는 것에만 몰두해서 하지 말고, 가다가 위험하면 중지할 수 있
는 융통성이 있어야 합니다. 아프면 쉬면서 상처를 치료하고, 상처가 아물
면 다시 서서히 시작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이판사판으로 그냥 무작
정 내닫으면 결국 길이 막혀 헤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이제 양에너지가 나
아가는데 있어 가장 어려운 결정적인 상태가 바로 지금입니다. [수뢰둔]이
'고(苦)'를 나타내는 이유는 세번째 효가 음성인데, 두번째 음성기운 뿐만
아니라 위의 네번째 음성기운까지 받아들여 음에너지 세개로 양에너지에 밀
어 닥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마치 남자가 세 여인을 감당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남자가 한 여인을 잘 구슬려서 따르게 하는 것도 힘이 드는
데 세 여인이나 모두 불화없이 이끌고 넘어가려면 그만큼 어려운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사나이로 태어났으면 세 여자를 다스릴 정도는 되어야
장부라고 할 수 있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두번째 여자
까지 다스리려면 단순히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안되고 비젼을 일으킬 수 있
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젼이 보이게 되면 위험이 닥쳐도 좌절하지 않고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도를 찾게 됩니다. 길을 잃으면 되돌아 오더라도 절망
하지 않습니다. 세상과 부딪치려 하지 말고, 세상에 머리를 숙이면서 타고
넘는 것. 가다가 조금이라도 이상한 상황이 오게 되면 얼른 중지하고 재정
비한 다음, 거듭 살피며 나아가는 것. 세번째 효는 이를 말하고 있습니다.
네번째 음효. 말을 타고 내달았다가 주저하며 되돌아
온다. 돌아와 혼인을 구한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성
취될 것이다. 혼자의 힘으로 독주하려 들지 말고 동지
를 구하여 함께 나아감이 현명하다. 그리하면 모든 것
이 순조롭고 길하리라.
六四, 乘馬班如. 求婚구往, 吉无不利.
象曰, 求而往, 明也.
생물학자들은 남자와 여자의 구조가 어떻게 생겼으며 그 차이는 무엇인가
를 인체에 대한 연구, 특히 성호르몬의 성질과 그 기능 등을 밝혀냄으로써
파악할 것입니다. 또 심리학자들은 남녀의 마음과 심리적 변화 등을 연구할
것입니다. 그러나 남녀가 기하학적으로 어떻게 생겼는가하는 것을 가장 정확
하게 말해주는 것이 바로 주역입니다. 주역은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
대로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말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인간으로 하여금
이 세상에서 유익함과 행복할 수 있는 길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주역이 이 세상에 탄생하게 된 동기입니다. 인간이 궁극적으로 어떻게
해야지 행복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가? 그것은 먼저 남자는 남자가 무엇인지
를 분명히 알고 여자는 여자가 무언지를 알고,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
답게 사는 것이 바로 행복에 이르는 길입니다. 남자는 남자가 무엇인지 모르
고 남자답게 살지 못할 때 불행해지며, 여자는 여자가 무언지를 모르고 여자
로서 살지 못하기 때문에 불행해 집니다. 단순히 나는 여자이니까 남자가 필
요하다, 혹은 나는 남자이니까 여자가 필요하다고 해서 남녀가 같이 살면 처
음에는 잠깐 행복한 것같지만 좀 지나면 공허해지기 쉽상입니다. 그 남자가
다 그 남자같고, 그 여자가 다 그 여자 같아서 행복이 오지를 않습니다. 그
이유는 여자가 여자를 분명히 모르고 남자가 남자를 분명히 모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음성에너지가 두 개, 양성에너지가 한 개 있는 것이 남자입니다. 또 양성
에너지가 두 개, 음성에너지가 한 개 있는 것이 여자입니다. 남자는 겉으로
는 양성이지만 안으로 음성기운이 둘 있고, 여자는 겉으로는 음성이지만 안
으로 양성기운이 둘 있습니다. 옛날 우리나라의 성리학은 주역을 토대로 해
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여자는 여자, 남자는 남자라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
해서 "남녀칠세부동석"이라고 까지 하였습니다. 남녀지간에 우정이 존재한다
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남녀지간에 우정은 없습니다. 우정이라는 심
리적인 작용도 자연은 여자는 여자대로 남자는 남자대로 존재하게 만들어 놓
았기 때문에 끝내 가서는 남녀지간의 애정으로 변해버리게 됩니다. 양성에너
지는 "쉽고 친절하다."고 했으므로 처음에는 친구같이 존재할런지는 모르지
만 조금 지나면 안에 있는 음성에너지가 움직여서 그 여자를 취하려 하게 됩
니다. 그래서 여자들은 남자는 늑대라고 말합니다. 그 속셈이 나중에 드러나
기 때문입니다. 남녀가 만나다 보니까 친해져서 한 번 이불 속안에 들어가면
변하는 남자가 있습니다. 조금 전 까지는 "미스 김 커피 드시겠어요?" 이렇
게 친절하다가 이불 속안에 들어갔다 나오면 "어이 뭐 마실 거 없어? 좀 가
져와." 이렇게 명령형으로 변하는 남자. 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금 전 까
지는 얌전떨고 있다가 이불 속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나 뭐 살게 있는데
..." 하는 여자. 이런 남자나 여자와는 빨리 헤어지는 것이 좋습니다. 또 어
떤 남자는 이불 속안에 들어가면 만족해 가지고 "미스김 다음에 꼭 다시 한번
만나 주시는 거죠?" 하며 이상야릇한 친절을 계속 베푸는 남자, 이런 남자는
애욕적인 심정으로 인해 언젠가 나를 버릴 남자라는 사실을 알아야 됩니다.
마찬가지로 자기 기분에 도취되어 좋아하는 여자, 이런 여자는 소속이 없는
여자입니다. 즉, 절개 없는 여자입니다.
그러면 어떤 남녀가 만나야 되는가? 세칭 천생연분이라고 불리우는 남녀의
만남은 참으로 어려운 것입니다. 서로간에 마음으로 일어나는 것도 아니면서
아무런 욕심도 없이 무언가 눈에 보여지지 않는 밀착감이 느껴지는 사람들이
틀림없이 있습니다. 음양의 기가 완전히 순응되는 상태의 밀착감을 느끼는 사
람들 사이가 천생연분입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런 사람 만나는 것은 극히
힘듭니다. 한 평생을 산다고 하더라도 거의 만나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백년
을 사는 동안에 한 번 만나기가 그렇게 힘든 사람을 못 만날 바에는 자기 자
신이 남자가 무엇이라는 것을 알고 남자답게 사는 것, 여자가 무엇이다하는
것을 알고 여자답게 사는 것, 그것이 보다 행복한 길입니다. 그것은 차라리
자신의 연분을 만나는 것보다 더 쉬운 길입니다. 여성에너지는 뒤에 남성에너
지를 두 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자는 일단 받아들이는 쪽으로 나아가야 합
니다. 안에 있는 두 개의 양성에너지가 밖으로 먼저 튀어나와 버리면 자기가
받아들여야 할 그 부분이 쪼개져 나가 버리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그 여자
는 안주할 곳이 전혀 없게 됩니다. 남자도 역시 마찬가집니다. 바깥으로 나가
는 에너지가 있는 한은 그 뒤에 안으로 포근히 돌아오는 세계를 간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간직이 없는 남자, 다시 말하면 벌어야만 되겠다고 사업하는
사람은 망하기 쉽상입니다. 남자가 성공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것은 뒤의 음성
에너지를 통해 얼마만큼 잘 받아들여 안으로 차곡차곡 쌓아 놓는가? 또 그것
을 어떻게 오랫동안 유지하는가에 달린 것입니다.
이 [수뢰둔] 괘는 위아래 어느 한 쪽이 여자여야 되는데 둘다 남자입니다.
위에 세효에서 양효가 하나이며 하래의 괘에서도 세효중에 양효가 하나이기
때문에 위 아래가 모두 양효가 대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안으로 여성에너
지를 많이 가지고는 있지만 이 여성에너지를 통해 충분히 안에서 저장을 시
킬 만한 능력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이 괘는 굉장히 어렵게 된다라는 점을 말
하고 있습니다. 깊이 있는 남자는 안에 간직한 것을 먼저 생각합니다. 손자
병법에도 "승산이 있는자가 이긴다."라고 했습니다. 안에 간직할 세계가 분
명히 갖추어진 다음에 움직여야 되는 것입니다. 그것을 갖추지 않고 '안이
비었으므로 내가 움직이면 채워지겠지.' 하는 사람은 틀림없이 망합니다.
돈이 있다고 성공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런 사람은 단지 얼마만한 시간
에 그 돈을 탕진하느냐만 남았을 뿐이지 결과는 뻔한 것입니다.
"말을 타고 내달았다가는 주저하며 되돌아온다. 돌아와 혼인을 구한다."
세번째까지 극복하고 이제 네번째로 오게 되면 내괘에서 외괘로 비약을 한
것입니다. 그동안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숲속에서 방황하다가 이제 대평원으
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행복이 있는 줄 알았는데 행복이 있는게 아니고 "아
무 것도 없더라," 즉 내가 얻을려고 하는게 없었습니다. 씨앗이 흙 속안에
서 "야 이 흙만 뚫고 나가면 뭐 있겠지" 하고선 나가 보니까 아무것도 없더
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들어와서 혼인을 구해야 합니다. 혼인을 구
한다는 것은 음성에너지가 이제는 양성에너지의 사리판단을 필요로 해서 같
이 나가야 된다는 뜻입니다. 남자는 사리판단이라는 걸 가지고 있습니다.
여자는 일단 음성에너지로 받아들일려고 하기때문에 사리판단을 하지 않습
니다. 갈려고 하는 자가 뭐가 있는가 더듬더듬 생각하는 것이지, 가질려고
하는 자는 더듬거릴 필요가 없습니다. 남자는 갈려고 하는 사람이기 때문
에 더듬더듬 "이것이 어떻게 되어 있느냐?"를 보는 겁니다. 여자는 뭔가 잡
히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혼인을 구한다라는 이야기는 첫
번째 양효의 살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나아가라는 이야기입니다.
다섯번째 양효. 은덕(恩德)이 널리 미치는 경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마음이 편협하고 도량이 크
지 못하다. 작은 일을 맡은 자는 꾸준하여 길할 것이
나, 큰 일을 맡은 높은 지위에 있는 이가 이러한 태
도로 있으면, 융통성이 없어 흉하리라.
六五, 屯其膏, 小貞吉, 大貞凶. 象曰, 屯其膏,
施未光也.
[수뢰둔]은 음, 양이 교감되어 나타나는 첫번째 괘입니다. 그래서 다섯번째
양효가 중정(中正)을 지키고 있고 두번째 음효와 정응(正應)을 이루어 올바른
위치에 있지만, 아직 은덕(恩德)이 널리 미치는 경지에는 이르지 못하였습니
다. 남자가 크면 클수록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포용력이 확대되어야 성숙할
수 있습니다. 포용력이 있다는 것은 곧 융통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융통성 없
는 사람들이 세상을 욕합니다. 회사에서 자기 상관이 온전하지 못하면 자신은
그러지 않으면 됩니다. 그런데 융통성 없는 사람이 동료들과 허구헌날 술마시
며 상관을 흉봅니다. 세상은 온전한 것입니다. 인간이 행위함으로써 자연적으
로 벌어진 세상의 일들은 모두 다 의미있는 것들입니다. 나쁜 것은 나쁜 것대
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나쁜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나쁜 짓을 같이
하라는 얘기가 아니고, 그 나쁜 것이 저질러질 수밖에 없는 배경의 세계를 찾
아내어 그것을 시정할 수 있는 도량을 갖추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융통성입니다. 설렁탕 집은 설렁탕 고유의 분위기와 맛이 있습니다. 풋풋한 실
내장식과 뚝배기는 설렁탕의 맛을 대표합니다. 그런데 융통성 없는 사람이 돈
을 많이 벌었다고 설렁탕 집을 개조하여 대리석으로 번쩍 번쩍하게 해놓고 그
릇을 은그릇 금그릇으로 바꿔버리면 오히려 더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집기를 사
용했는데도 더이상 손님이 오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음성에너지
로 유지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갖추어야 합니다.
여섯번째 음효. 말을 타고 떠났으나 갈 곳이 없어 되돌아 온다.
처량하고 외로움에 피눈물을 흘린다. 앞날이 멀지 않구나.
上六, 乘馬班如. 泣血漣如, 何可長也.
무슨일이나 너무 지나치게 궁극까지 내달으면 결국은 궁지에 빠져 오도가
도 못하게 됩니다. [수뢰둔]의 괘상은 맨밑의 양효가 세상에 강하게 서는 자
신을 확립하였지만 위로 음효가 겹쳐있어 길이 막혀있는 형국이라고 했습니
다. 주역은 역순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괘가 위로 올라오고 외괘
가 아래로 내려갑니다. 그러면 맨 아래에 음효가 서서 아래로 받아들이고 맨
위에도 음효가 서서 위를 받아들입니다. 결과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충분히
해서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나가야 하는 부분은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세계를
깊이 뿌리 내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이루어졌을 때 비로서 뇌성이 물
을 뚫고 바깥에 나와서 온 세상에 번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받아
들이는 것 없이 조금 잘 된다고 자기 고집대로 밀고 나아가다 보면 결국 밑
으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되어 갈 곳이 없게 됩니다. 그리고 안으로 쌓여
진 것이 없으니 더 오래 갈 수도 없습니다. 이러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음덕을 갖추는 것입니다.
[수뢰둔]은 내괘 외괘 모두 음효가 둘, 양효가 하나로서 양성입니다. 어느
한 쪽이 음성이어야 서로 잘 융합이 되는데 둘 다 남성이어서 서로 조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면에는 여성에너지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안에서 차곡 차곡 잘 쌓을 만한 능력이 갖추어지면 잘 이루어 낼 수
있습니다. 남자가 성숙하려면 포용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음성기운의 포용력
이 없이 양성에너지로 꼿꼿이 서려고만 하면 집안이 분산되고 가족이 헤어집
니다. 그래서 음성기운으로 포용할 수 있는 포용력이 있어야 합니다. 포용력
은, 세상의 모든 일은 자연이 자연적으로 저지른 일들이기 때문에 모두 수용
할 수 있다는 마음입니다. 세상에는 온전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악날
한 사람도 있고 자기에게 혹은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에게 파렴치한 행위를 하
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세상을 욕하고 하늘을 욕해서는 안됩니다. 홍
수가 나서 봄에 피땀 흘려서 농사지어 놓은 것들을 하루 아침에 싹 거두어 갔
다고 하늘을 욕해봐야 하늘은 꿈적도 안합니다. 그것은 자연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욕하는 인간이 잘못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세상이 살기 힘들다고 해
서 세상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세상은 온전합니다. 다만, 온전한 사람이
드물 뿐입니다. 이 세상에서 자기 일을 하다 보면 부딪치는 세계가 많습니다.
그것을 모두 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예수는, 제자들이 사람들이 자
신들을 핍박한다고 말할 때, 일흔번씩 일곱번이라도 용서하라고 했습니다. 즉
자신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애증(愛憎)을 일흔번씩 일곱번이라도 없애라는
뜻입니다. 그래야만 씨앗은 햇빛도 필요하고 빗줄기도 필요한 것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씨앗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자연의 힘이 있습니다. 세상이
우리를 핍박해도 우리는 자연의 힘이 있기 때문에 모두 받아들이고 용서할 수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싹은 야들 야들하게 나왔지만 이제 뻣뻣한 줄기로 굳
어질 것입니다.
2005. 9. 27. 유성 記..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