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천수송(天水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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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사와 판결 』
가장 어려운 것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입니다.
그것은 고도의 인내와 지혜와 용기로써 먼저 나
를 이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으로써 패배할
수 없는 나가 먼저 되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어떠한 적이 나타나도 결코 패배하지 않으며, 이
기되 무리하게 싸움으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
연적으로 승리가 되어지게 할 뿐입니다. 그것이
야 말로 진정한 승리입니다.
천수송(天水訟)
송(訟)괘는 위로 하늘을 상징하고 아래로 물을 의미
하는 괘이다. 위는 건괘로서 강하고 강한 것을 나타
내며, 아래는 음효가 많아서 물의 위엄을 상징하는,
즉 음험함을 나타내는 괘다. 위에 강강한 자가 있어
아래사람을 학대하고, 아래는 음험한 자가 있어 윗사
람과 투쟁하려고 하는 상태다. 송은 재판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남과의 투쟁을 말한다. 송은 자신의 성실성
이 남에게 통하지 않고 방해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다. 그러나 싸움(소송)은 결코 좋은 일이 못된다. 잘
반성하여 잘못을 범하지 않는, 스스로 두려워하는 마
음으로 남에 대한 적의를 버리면 길할 것이다. 그러
나 끝까지 싸움을 고집하면 흉하다. 중정(中正)을 존
중하고 현자의 중재를 받는 것이 좋다. 큰 강을 건너
가는 듯한 그런 위험을 범하면서까지 기어이 다투어
보려고 한다면 마침내 심연에 빠져 들어 비참한 결과
로 끝날 것이다.
訟, 有孚窒. 척中吉. 終凶. 利見大人. 不
利涉大川. 象曰, 訟上剛下險. 險而健訟.
訟有孚窒, 척中吉, 剛來而得中也. 終凶,
訟不可成也. 利見大人, 尙中正也, 不利涉
大川, 入于淵也.
참을 인(忍). 칼 밑의 마음. 칼로 에이는 듯한 것을 스스로 묵
묵히 지나가는 마음. 그것이 곧 인내입니다. 인내는 단순히 주어
진 상황속에서 오는 어려움을 참고 견뎌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10
년 동안 취직을 못한 사람이 취직을 못해서 굶어 죽어야 되는데
죽지 않고 사는 사람, 그러한 사람을 인내하는 자라고 말하기에는
객관적으로 내키지 않습니다. 가난한 사람이 평생 가난하게 살면
서 가난을 견녀나갔다고 해서 그것을 인내라 하지 않습니다. 인내
는 뜻이 분명한 사람이 아직 때와 상황이 여의치 않았을때, 하고
자 하는 의지를 간직한 채 모든 역경을 묵묵히 견디면서 끝내가
서는 그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것입니다.
온 세상 자연 가운데 인내없이 성장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인내속안에서 반드시 싹이 나고 꽃이 피는 것이지 인내 없이는
싹, 꽃이라는게 필 수 없습니다. 봄이 되어 우리가 밖에 나가 흙
이 있는 곳에 가면 아주 여린 싹들이 돋아나는 것을 볼 수 있습
니다. 어느날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질 때, 사람도 참고 견디
기 힘든 그 빗줄기를 싹은 묵묵히 받아내고 있습니다. 뜨거운 햇
빛이 내리쪼여도 묵묵히 받아들이며 참고 견딥니다. 어린 아이가
밟아도 다시 지긋이 일어나며 꽃을 피우는 것을 향하여 끊임없이
자랍니다. 그래서 맨드라미, 채송화, 오랑캐꽃, 이런 것들이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그 싹에 비하면 우리 인간들은 너무나 나약하고, 말도 많고, 불
만도 많습니다. 하물며 싹도 모든 자연 여건 안에서 굳세게 자라
는데 왜 우리 인간이, 싹보다 강한 인간이, 해내지 못하는가? 이
것을 경고하는 것이 바로 [천수송]입니다.
여름에 수영을 할 때, 물에 들어가기 전에 물은 아무 것도 아닙
니다. 손으로 치면 그냥 갈라지고, 발로 밟으면 첨벙 첨벙 튀기며
흩어지는게 물입니다. 그러나 막상 물속에 들어가면 물은 커다란
압력으로 우리를 압박합니다. 우리는 물의 힘에 눌려 몸을 마음대
로 놀리지 못합니다.
이 사회도 물과 마찬가지로 뛰어들기 전에는 모든 것이 잘 될
것 같지만, 막상 사회 속에 뛰어 들면, 물이 압력을 갖고 있듯이,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이 밀려 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
은 힘들다고 느껴지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될 것은,
자연이 꽃을 만든 이유는 꽃을 피우라고 만든 것이지, 꽃이 죽으
라고 만든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싹이 자라서 꽃이 필 때까
지의 인내. 그러한 인내를 통해서 꽃은 피는 것입니다. 마찬가지
로 우리 인간도 풍요의 그 날까지, 싹이 굳굳히 자라듯이, 세상
속에서 굳굳히 서서 풍요를 창조해 내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리가 뜻을 세우고 분명한 세계를 얻은 다음 나만이 옳다고
하는 그 세계를 막상 이 세상에 펼치려고 할 때, 이 세상은 들어
가기 전까지는 맹물같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실제로 그 안
에 들어가면 엄청나게 큰 힘에 의해서 압력을 받게 됩니다. 이때
나의 세계를 지켜 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인내입니다. 물 속에
들어가서 물이 확 온다 그래서 바둥거리면 죽을 것입니다. 그러나
차라리 죽은 듯이 숨을 쉬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몸이 물
에 떠서 살 것입니다.
그렇게 참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는 것이 인내입니다. 설사 자기
자신이 옳아서 눈에 보이는 세상과 싸워서 이겼다 하더라도, 그것
은 일시적인 승리일 뿐, 크게 승리한 것은 아닙니다. 진정한 승리
는 인내가 없으면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천수송]이 주
는 교훈입니다.
"송(訟)괘는 위로 하늘을 상징하고 아래로 물을 의미하는 괘이
다. 위는 건괘로서 강하고 강한 것을 나타내며, 아래는 음효가 많
아서 물의 위엄을 상징하는, 즉 음험함을 나타내는 괘다. 위에 강
강한 자가 있어 아래사람을 학대하고, 아래는 음험한 자가 있어
윗사람과 투쟁하려고 하는 상태다." [천수송]은 외괘가 모두 양성
기운으로 이루어진 엄청나게 강한 양성입니다. 내괘도 음효 두 개
에 양효 하나로 양성입니다. 주역은 역순하므로 내괘가 위로 상승
하고 외괘가 아래로 내려오는데, 모두 양성이어서 서로 밀어내려
는 작용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두 양성기운간의 충돌은 불가피
한 것으로 상호 알력이 생기고 싸움이 벌어지게 됩니다. '송(訟)'
은 "시비할 송"입니다.
[천수송]은 위에 하늘이 있고, 밑에 물이 있습니다. 하늘은 위
로 오르려 하고, 물은 아래로 흐르려 하기 때문에 서로 조화되지
못하고 반발하게 됩니다. 즉 나의 옳은 것만 믿고 세상일을 하면
협동이 안되고 서로 반발이 생겨서 부딛치게 되어 결국 송사(訟
事)가 벌어지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싸움(소송)은 결코 좋은 일이 못된다. 잘 반성하여 잘
못을 범하지 않는, 스스로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남에 대한 적의를
버리면 길할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외괘가 내괘보다 매우
강하다는 사실입니다. 다섯번째 괘 [수천수]에서는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착실히 준비하여 드디어 세상에 떳떳히 나의 위치를 세
웠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매우 강합니다. 세상과 송사를 벌려서
혹시 내가 이긴다고 하더라도 금방 다시 세상에 의해 파멸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끝까지 싸움을 고집하면 흉하다. 중정(中正)을 존중하
고 현자의 중재를 받는 것이 좋다." 이 괘를 슬기롭게 풀어 나가
는 핵심을 주는 것이 바로 첫번째와 세번째의 음효입니다. 세상을
받아들이고 인내를 하라는 의미입니다. 내괘와 외괘가 자리 바꿈
을 하여도 역시 그 세계를 받아들이고 참고 기다리라는 뜻입니다.
결국 상황은 변하니까, 내가 일부러 변화를 일으키려 하지 말고,
그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합니다.
"큰 강을 건너가는 듯한 그런 위험을 범하면서까지 기어이 다
투어 보려고 한다면 마침내 심연에 빠져 들어 비참한 결과로 끝
날 것이다." 우주는 지금 변하고 있습니다. 그 변화가 안정권을
찾는 어느 포인트를 만나는 순간까지는 참고 기다리는 것, 이것이
바로 이 괘가 풀려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그렇지 않고
위의 괘와 부딛치면 자기가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역시 송사 많은
집안이 잘될 것이 없으며, 설사 송사에서 이길지라도 위의 괘가
강하기 때문에 결국 손해보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만일 싸움이
벌어질 지라도 곧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다소 손해를 본다 하
더라도 그 손해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이전에 가능하
면 싸우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대상. 하늘은 위를 향하고 물은 아래로 흐른다. 이같
이 서로 배반되는 것이 [송]의 괘상이다. 군자는 이
괘상을 보고 어떤 일이나 그 출발점에서 깊이 생각하
여 후일에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다.
象曰, 天與水違行訟. 君子以作事謨始.
"군자는 이 괘상을 보고 어떤 일이나 그 출발점에서 깊이 생각
하여 후일에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다." 서로 화합
하기 어려우면 강한 자신으로 인하여 분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잘
받아들이고 스스로 심사숙고 하는 자세를 간직하여야 합니다. 만
약에 눈 앞에 강한 것이 있다고 강한 것과 싸우려고 하면 비록
싸움에 이길 지라도 자신도 다치는 법입니다. 또 세상에는 나보다
강한 것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일단은 나보다 강한 적이 반드시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가운데 심사숙고 하여 그것을 이길 수있
는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손자의 위대한 병법에 이르기를 "싸우
기 전에 이미 이겨놓고, 싸움을 통해 승리가 나타나게 할 뿐"이라
고 했습니다.
첫번째 음효. 싸움을 오래 끌어서는 안된다. 적당한
시기에 그쳐라. 다소의 말썽은 있으나 결국은 사리가
분명하게 증명되어 길하리라.
初六, 不永所事, 小有言, 終吉. 象曰, 不
永所事, 訟不可長也. 雖小有言. 其辯明也.
"싸움을 오래 끌어서는 안된다." 싸움이라는 것은 적당히 필요
합니다. 인간 세상은 아주 묘해서 똑같은 행동을 해도 어떤 사람
은 정이 가는데, 어떤 사람은 기분이 나쁜 사람이 있습니다. 회사
를 설립하고 직원을 모집해 보면, 열심히 장사해서 회사를 크게
발전시킬 직원인데도 기분나쁜 직원이 있고, 그리 능력이 있지 않
아서 큰 공은 없으나 애정이 가는 직원이 있습니다.
그것은 기운과 기운의 관계 때문에 그렇습니다. 내가 양성이 강
한데 양성이 강한 직원이 있으면 서로 반발하여 기분이 나쁘게
됩니다. 반면에 음성인 직원은 서로 끌려 호감이 가게 됩니다. 이
것을 본인은 알 수 없습니다. 이것은 자연이 벌려놓은 것이지 인
간이 만든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기운과 기운이 반발하면 싸움이
라는 것이 반드시 생기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싸움 그 자체를 없
애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싸움을 잘 다
스리고 관리하는 일입니다.
"적당한 시기에 그쳐라." 싸움이 발생하게 되면 적당한 시기에
그칠줄 알아야 합니다. 싸움이 길어지면 내가 입는 피해도 그만큼
커지게 됩니다. 만약 내가 약한 상태에서 강한 적과 싸울 때면 다
소 손해보는 한이 있더라도 혈전을 회피하고 적당한 시기에 그치
는 것이 현명한 처사입니다.
"다소의 말썽은 있으나 결국은 사리가 분명하게 증명되어 길하
리라." 그러나 적당히 싸울 때까지는 싸워야 합니다. 손해를 감수
한다고 해서 처음부터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며 싸움을 회피하면,
그것은 이미 패배한 것이기 때문에, 상대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하
게 되고 나는 설 땅이 없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적당히 싸워서 저
쪽도 어느 정도 지치고 최초의 자만이 누그러질 때 양보를 해서
싸움을 그치도록 해야 합니다. 만일 저쪽의 기운이 흐려지지도 않
았는데 항복을 해 버리면 적은 더더욱 강해지게 됩니다. 그래서
싸움은 길게 끌지는 않으나 적으로 하여금 어느 정도 움찔하게끔
하고 조속히 싸움을 마무리 짓는 것, 그것이 나의 옮음과 분명함
으로 최후의 승리를 이루기 위해 먼저 싸움을 다스리는 묘미입니
다.
두번째 양효. 패소(敗訴)하게 된다. 아래 사람이 도
리에 어긋나게 윗 사람과 항쟁하니 화를 초래하는 것
은 당연지사다. 싸움을 피하고 적으나마 자기의 분수
를 지켜 근신하고 있으면 화는 면할 것이다.
九二, 不克訟. 歸而逋. 其邑人三百戶, 无
□. 象曰, 不克訟, 歸逋竄也. 自下訟上,
患至철也.
"패소(敗訴)하게 된다. 아래 사람이 도리에 어긋나게 윗 사람
과 항쟁하니 화를 초래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곳은 [음]이 있
어야 할 자리에 [양]이 있습니다. 대응하는 다섯번째 효는 양효로
서 주위에 강한 양의 기운을 대동하고 맞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번째 효는 위치도 안정되지 못하고 불안한 상태에서 음효를 대
동하고 나아가니 패소하여 화를 초래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따라서 싸움을 회피하고 분수를 지키면서 근신하면 화는 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싸움은 피할 수 없는 것. 부딪쳐서 패배하게 되면 패배
의 원인을 잘 분석하여 대책을 세워야지, 패배의식에 빠져 있거나
복수를 다짐하며 증오심에 차 있는 따위의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갖은 굴욕과 패배를 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분노를 간직할 필요는 없습니다. 승패
는 기(氣)와 기(氣)의 관계에서 상황적으로 발생하는 것이지, 마
음과 마음 간의 문제가 아닙니다.
증오, 좌절 등 마음속에 일어나는 모든 것들, 그것은 이미 자기
마음의 매카니즘이 잘못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설사 그러한 것들
이 있다 해도 모두 다 용서해야 합니다. 용서란 나에게 굴욕을 준
상대를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굴욕을 당한 나를 용서하는 것입니
다. "아픈 가슴은 내가 아니며, 아픈 상처는 내 몸이 아닌 것"처
럼, 마음에 받은 모든 상처와 손해, 그로 인한 손익계산서를 말끔
히 없애버리는 것, 그것이 용서입니다.
"싸움을 피하고 적으나마 자기의 분수를 지켜 근신하고 있으면
화는 면할 것이다." 분수를 지키며 근신한다는 것은 단순히 반성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기와 기끼리 부딪쳐서 발생한 현실에 영향
받아 자신의 마음에 일으키는 각종 상처들을 없는 것으로 하는
것이 근신입니다. 사실 인간의 마음은 자연의 움직임에 좌지우지
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마음이 평온하다고 하더라도 자연이 강하
게 부딪쳐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면 마음은 상처를 받는 것이고,
상황이 좋아지면 마음도 즐거워지는 법입니다.
그것을 알고 움직이는 사람은 상황에 의해 마음이 동요되지 않
으며, 모르고 움직이는 사람은 상황에 의해 발생한 마음의 작용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근신이란 마음의 작용에 따라 움직이
지 않도록 마음의 평온을 되찾아 동요됨이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세번째 음효. 현재의 지위에 만족하면서 윗사람에게
순종하여 굳게 공손한 태도를 지켜 나간다면 위태롭
기는 하나 길하리라. 한 때는 영예스러운 일에 종사
하는 일이 있겠으나 화려한 성공을 바래서 지나친 일
을 해서는 안된다.
六三, 食舊德, 貞려終吉. 或從王事, 无成.
象曰, 食舊德, 從上吉也.
이 효는 밑의 강한 기운을 스스로가 완충작용을 하면서 위의
것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천수송]이 살 수 있는 길은 바로 이
세번째 효 때문이며, 주역 64괘의 대부분이 세번째에서 네번째로
비약할 때 상황이 좋지 않지만, 특별하게 좋은 것이 바로 이 [천
수송]입니다.
"현재의 지위에 만족하면서 윗사람에게 순종하여 굳게 공손한
태도를 지켜 나간다면 위태롭기는 하나 길하리라." 세번째 효는
위태로움을 안고 있으면서도 위를 받아들여 순종하고, 아래를 받
아들여 공손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사실 모든 일은 다 위험
합니다. 우리가 차를 타는 것도 항상 교통사고의 위험을 감수하며
타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용기있는 자는 그러한 위험을 안고 들어
갈 수 있는 자입니다. 물 속에 들어갈 때도 물의 위험을 안고 들
어가고, 불 속에 들어갈 때도 불의 위험을 안고 들어가는 것입니
다. 물과 불이 위험하다고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물과 불을
이겨낼 수 없습니다.
위험을 안고 들어가는 자는 위험속에서 스스로를 건질 수 있지
만, 위험을 회피하는 자는 그 위험이 닥쳤을 때 스스로를 지킬 수
없습니다. 오히려 위험을 회피하면서 자신만 옳다고 주장하는 자
는 반드시 위험한 처지에 빠지게 되어 있습니다. 운동경기에서도
승리하려면 위험을 감수하고 참가해야지, 위험을 거부하고 참가하
는 선수는 단순히 참가에 의의를 두게 될 뿐입니다. 그래서 패자
는 할 말이 없다고 했습니다.
세번째 효는 위에 양효 세개가 있는 강한 양성기운과 부딪치려
하지 않고 공손히 받아들이면서 인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도 아래 자신의 강한 기운을 받아들여서 당당히 나가고 있습니다.
즉 기운은 모든 위험을 감수한 채 당당히 나아가지만, 마음과 태
도는 항상 유순하고 공손하게 하기 때문에 위태로움을 극복하고
길하다는 것입니다.
"한 때는 영예스러운 일에 종사하는 일이 있겠으나 화려한 성
공을 바래서 지나친 일을 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태도가 인정받
아 한 때 영광스러운 일에 종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겉으로
나타나는 성공과 만족에 이끌리어 자신이 원래 품었던 뜻을 저버
리고 화려한 성공을 바란다면 발전은 이미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여기서 필요한 것이 또 인내입니다. 만일 내가 3년간 인내했는데
더이상 할 수 없다고 말한다면 그 3년간 인내한 것은 인내가 아
닙니다. 3년간 하고 4년째 하지 못하는 인내는 인내가 아닌 것입
니다.
인내는 순수하고 소박하며, 누구에 의해서 혹은 자기 자신에 의
해서 없어지거나 파괴되지 않는 영원한 것입니다. 내가 연약한 힘
으로 큰 세계를 끝내 이겨 나갈 수 있는 지구력, 추진력, 저력은
인내를 통해 생활속에서 몸에 배는 것입니다. 일시적인 만족과 화
려한 것을 바라는 마음에 치우치지 말고, 화려한 세계가 나로부터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손하게 받아들이면서 인내하면 승리로 가
는 길이 보이게 됩니다. 그렇지 않고 갑자기 마음에 힘이 생겨 양
성에너지를 사용해 나아가면 콱 막혀서 끝내는 패소하게 될 뿐입
니다.
네번째 양효. 패소한다. 물러나와 제 분수를 지키면
서 천명을 쫓아 지금까지의 태도를 고치고 바른길에
안정하고 있으면 길하리라.
九四, 不克訟. 復卽命, □安貞吉. 象曰,
復卽命, □安貞, 不失也.
"패소한다." 양의 기운만 믿고 마음의 힘으로 나가면 막혀서
패소하게 됩니다. 그러나 주역은 사람이 잘되기 위해서 씌여진 것
이지, 잘못되라고 써놓지는 않았습니다. 패소하게 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이를 극복하는가가 중요한 것이며, 이 길을
지적해 주는 것이 주역의 역할입니다.
"물러나와 제 분수를 지키면서 천명을 쫓아 지금까지의 태도를
고치고 바른길에 안정하고 있으면 길하리라." 자기 기운만 믿고
나가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낮추어 재검
토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말은
바로 이러한 경우에 쓰는 말입니다. 물러나와 천명을 따르며 자연
에 의해서 되어질 수 있을 때까지 분수를 지켜야 합니다. 자신에
게 좋으면 하고, 득이 되지 않으면 안하는 그런 태도를 버리고,
싹이면 언젠가 꽃이 피듯이, 꾸준히 해나가는 태도로 지나치는 일
을 하지 않으면 길할 것입니다.
사람이 말하고 있는 단어 가운데 운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운이
라는 것은 반드시 있습니다. 더운 여름날 목이 말라 죽겠는데 갑
자기 소낙비가 쏟아져서 갈증을 모면했다면 운이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그 소낙비를 계속해서 너무 많이 맞으면 감기에 걸리게
됩니다. 이것은 운이 나쁜 경우에 들 것입니다. 결국 같은 소낙비
라도 그것을 받아들여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운이 좋은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운은 자기 자신과 자연의 관계
에 의해서 이렇게도 혹은 저렇게도 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운을 기다리면서 살면 절대로 안됩니다. 왜냐면
최대의 운은 생명력에 의한 저력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을
낮춰서 항상 살펴야 됩니다. 그러면 이제 운을 자기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역량을 갖추게 됩니다. 그런 역량을 갖추게 된 사람
은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누구한테도 가난하지도 않고, 또
부자라고 나타내지도 않으면서 살 수 있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최
상의 복입니다. 그리고 그 복은 세상 사람의 눈으로는 절대로 측
정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런 길을 버리고 싹이면 언제든지 꽃이 피듯이 꾸준히 나가는
그런 바른 마음에 지나치는 일을 하지않고 바른 길에 안정하고
있으면 길하리라라고 말을 했습니다.
다섯번째 양효. 소송에는 크게 길하다. 중정(中正)을
지키기 때문이다.
九五, 訟, 吉元. 象曰, 訟, 吉元, 以中正
也.
다섯번째 양효입니다. 양효가 앉아야 할 자리에 양효가 앉아 있
고, 최고의 지위에 있습니다. 그래서 강자가 정당한 위치에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소송에는 크게 길하다. 중정을 지키기 때문이
다." 다섯번째 효는 맨 밑의 음효와 대응관계를 이루면서 중정을
지킵니다. 물론 상호 대응관계를 이룰 수 있는 자리는 틀리지만
밑의 음효가 다섯번째 효에게 영향을 미쳐서 자숙하도록 했기 때
문에 중정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중정(中正)은 인내를 의미합니다. 꾸준히 하는 것을 지키는 것
입니다. 그런 사람은 이제 힘이 생기게 됩니다. 힘이 생기면 어지
간히 약한 것은 쳐서 이겨버릴려고 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꺽
어 버릴려고 합니다. 원칙은 이루어 낼려고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자꾸 꺾어 버릴려고 하게 되니 영예가 오래가지 못할 것
입니다. 여섯번째는 이것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여섯번째 양효. 소송에 이기고 큰 띠를 하사받는 영
예를 얻는 수도 있지만 그 영예는 오래 계속되지 못
한다. 단 시일 내에 빼앗기는 결과가 온다. 본시 소
송으로 얻은 영예는 존경할 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
다.
上九, 或錫之□帶, 終朝三遞之. 象曰, 以
訟受服, 亦不足敬也.
"소송에 이기고 큰 띠를 하사받는 영예를 얻는 수도 있지만 그
영예는 오래 계속되지 못한다." 여섯번째에서 가르쳐 주는 것은
"이겼다고 이긴 것이 아니다. 오래 가지 못한다." 결국 "싸움없이
이겨라.' 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승리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승리입니다. 흔히 우리는 동일한 상품을 파는 가게
가 나란히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기존의
가게가 있는데 그것과 똑같은 물건을 파는 가게를 옆에 개설해서,
먼저 있던 가게보다 물건 값을 싸게 팔아 끝내 먼저 가게를 문닫
게 만들었다면, 그 사람은 크게 잘살게는 되지 못할 사람입니다.
기분은 천하를 얻은 기분이겠지만, 그래봐야 구멍가게 하나 얻은
것일 뿐입니다. 그렇게 본래 존재하던 상대와 싸워 이기는 것은
오래갈 승리가 아닙니다. "나는 이겼다."라는 마음에 도취되어 발
전도 못합니다.
대기만성(大器晩成). 져도 진 것이 아니고, 이겨도 이겼다고
들뜨지 않는 사람이 결국 대기만성하는 자이며, 큰 것을 이루어
낼 수 있는 자입니다. 싸워서 이기는 승리는 진정한 승리가 아닙
니다. 옆의 가게 하나 문닫게 하였다고 해서 그 사람이 재벌이 된
것은 아닙니다. 단지 구멍가게 주인일 뿐입니다. 오히려 그 다음
번에는 자신이 망할 차례입니다. 남 망하게 하는 자는 곧 자신도
망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강한 세상과의 투쟁에서 자신을 지키며 승리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인내입니다. 인내란 내일의 승리를 위해 오늘의 패배
에서 오는 쓰라림과 고통을 감수해 낼 수 있는 마음입니다. 그러
나 진정한 인내란 증오심을 갖고 참는 것이 아닙니다. 증오심을
갖고 참는 것은 한 때 반격으로 승리할 수는 있으나, 곧 다시 증
오심을 갖는 적에 의해 패배하게 되는 일시적인 승리에 불과할
뿐입니다.
무사가 고수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적에 대한 증오심을 버
리는 것입니다. 적에 대한 증오심으로 덤비는 자는 증오심에 빠져
싸움 자체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합니다. 적에 대한 사랑 혹은 증
오심 등과 같은 감정의 차원에서 벗어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자가 승리의 방도를 발견해 내는 자입니다.
흔히 전쟁 영화를 보면 적의 총알이 무서워서 총도 제대로 못
쏘던 자가, 인접 전우가 죽으면 갑자기 적에 대한 적개심으로 용
기 백배하게 돌격하여 적을 죽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로 그러한 상황이 벌어지면 대개 돌격하던 그 병사들은 적 앞에
도달하기 전에 적의 총탄에 먼저 죽어 버립니다. 그러한 용기는
진정한 용기가 아닙니다.
진정으로 용감한 병사는 우군이 많든지, 아니면 모두 전사하고
자기 혼자 남든지, 아랑곳 하지 않고 승리를 위해 자신이 해야 할
바를 두려움없이 할 수 있는 자입니다. 그 사람은 한 때 이겼다고
기뻐하지 않고, 한 때 패배하였다고 좌절하지 않으며, 감정에 치
우침이 없이 승리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항상 살피고
발견해 내는 자며,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어떠한 위험도 감수할
수 있는 자입니다.
적과 싸워 이기는 것은 오히려 쉬운 일입니다. 그것은 적보다
강한 마음과 지혜와 능력과 용기만 있으면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
나 그러한 승리는 나보다 강한 적이 나타나면 반드시 패배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일시적인 승리에 불과할 뿐입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입니다. 그것은 고도의
인내와 지혜와 용기로써 먼저 나를 이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으로써 패배할 수 없는 나가 먼저 되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어
떠한 적이 나타나도 결코 패배하지 않으며, 이기되 무리하게 싸움
으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승리가 되어지게 할 뿐입니
다.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승리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자기 의도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투쟁과 갈
등이 있을 수 있고, 승리와 패배가 있으며, 도처에 위험도 있습니
다. 그러나 힘이 강하다고 반드시 이기는 것이 아니며, 또 약하다
고 반드시 지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힘이 강하면 이길 확률이 그
만큼 높다는 것일 뿐입니다. 싸워 이기려 하지 않고, 심정의 애증
(愛憎)에서 벗어나 인내와 용기로써 승리가 되어지게 하는 자는
지금 내가 약한 상태에 있어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이를 슬
기롭게 극복하여 결국은 승리하는 자입니다. 승부(勝負)는 인간의
것이 아니라, 자연의 것입니다.
유성..
가장 어려운 것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입니다.
그것은 고도의 인내와 지혜와 용기로써 먼저 나
를 이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으로써 패배할
수 없는 나가 먼저 되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어떠한 적이 나타나도 결코 패배하지 않으며, 이
기되 무리하게 싸움으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
연적으로 승리가 되어지게 할 뿐입니다. 그것이
야 말로 진정한 승리입니다.
천수송(天水訟)
송(訟)괘는 위로 하늘을 상징하고 아래로 물을 의미
하는 괘이다. 위는 건괘로서 강하고 강한 것을 나타
내며, 아래는 음효가 많아서 물의 위엄을 상징하는,
즉 음험함을 나타내는 괘다. 위에 강강한 자가 있어
아래사람을 학대하고, 아래는 음험한 자가 있어 윗사
람과 투쟁하려고 하는 상태다. 송은 재판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남과의 투쟁을 말한다. 송은 자신의 성실성
이 남에게 통하지 않고 방해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다. 그러나 싸움(소송)은 결코 좋은 일이 못된다. 잘
반성하여 잘못을 범하지 않는, 스스로 두려워하는 마
음으로 남에 대한 적의를 버리면 길할 것이다. 그러
나 끝까지 싸움을 고집하면 흉하다. 중정(中正)을 존
중하고 현자의 중재를 받는 것이 좋다. 큰 강을 건너
가는 듯한 그런 위험을 범하면서까지 기어이 다투어
보려고 한다면 마침내 심연에 빠져 들어 비참한 결과
로 끝날 것이다.
訟, 有孚窒. 척中吉. 終凶. 利見大人. 不
利涉大川. 象曰, 訟上剛下險. 險而健訟.
訟有孚窒, 척中吉, 剛來而得中也. 終凶,
訟不可成也. 利見大人, 尙中正也, 不利涉
大川, 入于淵也.
참을 인(忍). 칼 밑의 마음. 칼로 에이는 듯한 것을 스스로 묵
묵히 지나가는 마음. 그것이 곧 인내입니다. 인내는 단순히 주어
진 상황속에서 오는 어려움을 참고 견뎌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10
년 동안 취직을 못한 사람이 취직을 못해서 굶어 죽어야 되는데
죽지 않고 사는 사람, 그러한 사람을 인내하는 자라고 말하기에는
객관적으로 내키지 않습니다. 가난한 사람이 평생 가난하게 살면
서 가난을 견녀나갔다고 해서 그것을 인내라 하지 않습니다. 인내
는 뜻이 분명한 사람이 아직 때와 상황이 여의치 않았을때, 하고
자 하는 의지를 간직한 채 모든 역경을 묵묵히 견디면서 끝내가
서는 그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것입니다.
온 세상 자연 가운데 인내없이 성장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인내속안에서 반드시 싹이 나고 꽃이 피는 것이지 인내 없이는
싹, 꽃이라는게 필 수 없습니다. 봄이 되어 우리가 밖에 나가 흙
이 있는 곳에 가면 아주 여린 싹들이 돋아나는 것을 볼 수 있습
니다. 어느날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질 때, 사람도 참고 견디
기 힘든 그 빗줄기를 싹은 묵묵히 받아내고 있습니다. 뜨거운 햇
빛이 내리쪼여도 묵묵히 받아들이며 참고 견딥니다. 어린 아이가
밟아도 다시 지긋이 일어나며 꽃을 피우는 것을 향하여 끊임없이
자랍니다. 그래서 맨드라미, 채송화, 오랑캐꽃, 이런 것들이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그 싹에 비하면 우리 인간들은 너무나 나약하고, 말도 많고, 불
만도 많습니다. 하물며 싹도 모든 자연 여건 안에서 굳세게 자라
는데 왜 우리 인간이, 싹보다 강한 인간이, 해내지 못하는가? 이
것을 경고하는 것이 바로 [천수송]입니다.
여름에 수영을 할 때, 물에 들어가기 전에 물은 아무 것도 아닙
니다. 손으로 치면 그냥 갈라지고, 발로 밟으면 첨벙 첨벙 튀기며
흩어지는게 물입니다. 그러나 막상 물속에 들어가면 물은 커다란
압력으로 우리를 압박합니다. 우리는 물의 힘에 눌려 몸을 마음대
로 놀리지 못합니다.
이 사회도 물과 마찬가지로 뛰어들기 전에는 모든 것이 잘 될
것 같지만, 막상 사회 속에 뛰어 들면, 물이 압력을 갖고 있듯이,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이 밀려 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
은 힘들다고 느껴지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될 것은,
자연이 꽃을 만든 이유는 꽃을 피우라고 만든 것이지, 꽃이 죽으
라고 만든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싹이 자라서 꽃이 필 때까
지의 인내. 그러한 인내를 통해서 꽃은 피는 것입니다. 마찬가지
로 우리 인간도 풍요의 그 날까지, 싹이 굳굳히 자라듯이, 세상
속에서 굳굳히 서서 풍요를 창조해 내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리가 뜻을 세우고 분명한 세계를 얻은 다음 나만이 옳다고
하는 그 세계를 막상 이 세상에 펼치려고 할 때, 이 세상은 들어
가기 전까지는 맹물같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실제로 그 안
에 들어가면 엄청나게 큰 힘에 의해서 압력을 받게 됩니다. 이때
나의 세계를 지켜 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인내입니다. 물 속에
들어가서 물이 확 온다 그래서 바둥거리면 죽을 것입니다. 그러나
차라리 죽은 듯이 숨을 쉬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몸이 물
에 떠서 살 것입니다.
그렇게 참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는 것이 인내입니다. 설사 자기
자신이 옳아서 눈에 보이는 세상과 싸워서 이겼다 하더라도, 그것
은 일시적인 승리일 뿐, 크게 승리한 것은 아닙니다. 진정한 승리
는 인내가 없으면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천수송]이 주
는 교훈입니다.
"송(訟)괘는 위로 하늘을 상징하고 아래로 물을 의미하는 괘이
다. 위는 건괘로서 강하고 강한 것을 나타내며, 아래는 음효가 많
아서 물의 위엄을 상징하는, 즉 음험함을 나타내는 괘다. 위에 강
강한 자가 있어 아래사람을 학대하고, 아래는 음험한 자가 있어
윗사람과 투쟁하려고 하는 상태다." [천수송]은 외괘가 모두 양성
기운으로 이루어진 엄청나게 강한 양성입니다. 내괘도 음효 두 개
에 양효 하나로 양성입니다. 주역은 역순하므로 내괘가 위로 상승
하고 외괘가 아래로 내려오는데, 모두 양성이어서 서로 밀어내려
는 작용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두 양성기운간의 충돌은 불가피
한 것으로 상호 알력이 생기고 싸움이 벌어지게 됩니다. '송(訟)'
은 "시비할 송"입니다.
[천수송]은 위에 하늘이 있고, 밑에 물이 있습니다. 하늘은 위
로 오르려 하고, 물은 아래로 흐르려 하기 때문에 서로 조화되지
못하고 반발하게 됩니다. 즉 나의 옳은 것만 믿고 세상일을 하면
협동이 안되고 서로 반발이 생겨서 부딛치게 되어 결국 송사(訟
事)가 벌어지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싸움(소송)은 결코 좋은 일이 못된다. 잘 반성하여 잘
못을 범하지 않는, 스스로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남에 대한 적의를
버리면 길할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외괘가 내괘보다 매우
강하다는 사실입니다. 다섯번째 괘 [수천수]에서는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착실히 준비하여 드디어 세상에 떳떳히 나의 위치를 세
웠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매우 강합니다. 세상과 송사를 벌려서
혹시 내가 이긴다고 하더라도 금방 다시 세상에 의해 파멸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끝까지 싸움을 고집하면 흉하다. 중정(中正)을 존중하
고 현자의 중재를 받는 것이 좋다." 이 괘를 슬기롭게 풀어 나가
는 핵심을 주는 것이 바로 첫번째와 세번째의 음효입니다. 세상을
받아들이고 인내를 하라는 의미입니다. 내괘와 외괘가 자리 바꿈
을 하여도 역시 그 세계를 받아들이고 참고 기다리라는 뜻입니다.
결국 상황은 변하니까, 내가 일부러 변화를 일으키려 하지 말고,
그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합니다.
"큰 강을 건너가는 듯한 그런 위험을 범하면서까지 기어이 다
투어 보려고 한다면 마침내 심연에 빠져 들어 비참한 결과로 끝
날 것이다." 우주는 지금 변하고 있습니다. 그 변화가 안정권을
찾는 어느 포인트를 만나는 순간까지는 참고 기다리는 것, 이것이
바로 이 괘가 풀려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그렇지 않고
위의 괘와 부딛치면 자기가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역시 송사 많은
집안이 잘될 것이 없으며, 설사 송사에서 이길지라도 위의 괘가
강하기 때문에 결국 손해보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만일 싸움이
벌어질 지라도 곧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다소 손해를 본다 하
더라도 그 손해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이전에 가능하
면 싸우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대상. 하늘은 위를 향하고 물은 아래로 흐른다. 이같
이 서로 배반되는 것이 [송]의 괘상이다. 군자는 이
괘상을 보고 어떤 일이나 그 출발점에서 깊이 생각하
여 후일에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다.
象曰, 天與水違行訟. 君子以作事謨始.
"군자는 이 괘상을 보고 어떤 일이나 그 출발점에서 깊이 생각
하여 후일에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다." 서로 화합
하기 어려우면 강한 자신으로 인하여 분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잘
받아들이고 스스로 심사숙고 하는 자세를 간직하여야 합니다. 만
약에 눈 앞에 강한 것이 있다고 강한 것과 싸우려고 하면 비록
싸움에 이길 지라도 자신도 다치는 법입니다. 또 세상에는 나보다
강한 것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일단은 나보다 강한 적이 반드시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가운데 심사숙고 하여 그것을 이길 수있
는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손자의 위대한 병법에 이르기를 "싸우
기 전에 이미 이겨놓고, 싸움을 통해 승리가 나타나게 할 뿐"이라
고 했습니다.
첫번째 음효. 싸움을 오래 끌어서는 안된다. 적당한
시기에 그쳐라. 다소의 말썽은 있으나 결국은 사리가
분명하게 증명되어 길하리라.
初六, 不永所事, 小有言, 終吉. 象曰, 不
永所事, 訟不可長也. 雖小有言. 其辯明也.
"싸움을 오래 끌어서는 안된다." 싸움이라는 것은 적당히 필요
합니다. 인간 세상은 아주 묘해서 똑같은 행동을 해도 어떤 사람
은 정이 가는데, 어떤 사람은 기분이 나쁜 사람이 있습니다. 회사
를 설립하고 직원을 모집해 보면, 열심히 장사해서 회사를 크게
발전시킬 직원인데도 기분나쁜 직원이 있고, 그리 능력이 있지 않
아서 큰 공은 없으나 애정이 가는 직원이 있습니다.
그것은 기운과 기운의 관계 때문에 그렇습니다. 내가 양성이 강
한데 양성이 강한 직원이 있으면 서로 반발하여 기분이 나쁘게
됩니다. 반면에 음성인 직원은 서로 끌려 호감이 가게 됩니다. 이
것을 본인은 알 수 없습니다. 이것은 자연이 벌려놓은 것이지 인
간이 만든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기운과 기운이 반발하면 싸움이
라는 것이 반드시 생기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싸움 그 자체를 없
애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싸움을 잘 다
스리고 관리하는 일입니다.
"적당한 시기에 그쳐라." 싸움이 발생하게 되면 적당한 시기에
그칠줄 알아야 합니다. 싸움이 길어지면 내가 입는 피해도 그만큼
커지게 됩니다. 만약 내가 약한 상태에서 강한 적과 싸울 때면 다
소 손해보는 한이 있더라도 혈전을 회피하고 적당한 시기에 그치
는 것이 현명한 처사입니다.
"다소의 말썽은 있으나 결국은 사리가 분명하게 증명되어 길하
리라." 그러나 적당히 싸울 때까지는 싸워야 합니다. 손해를 감수
한다고 해서 처음부터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며 싸움을 회피하면,
그것은 이미 패배한 것이기 때문에, 상대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하
게 되고 나는 설 땅이 없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적당히 싸워서 저
쪽도 어느 정도 지치고 최초의 자만이 누그러질 때 양보를 해서
싸움을 그치도록 해야 합니다. 만일 저쪽의 기운이 흐려지지도 않
았는데 항복을 해 버리면 적은 더더욱 강해지게 됩니다. 그래서
싸움은 길게 끌지는 않으나 적으로 하여금 어느 정도 움찔하게끔
하고 조속히 싸움을 마무리 짓는 것, 그것이 나의 옮음과 분명함
으로 최후의 승리를 이루기 위해 먼저 싸움을 다스리는 묘미입니
다.
두번째 양효. 패소(敗訴)하게 된다. 아래 사람이 도
리에 어긋나게 윗 사람과 항쟁하니 화를 초래하는 것
은 당연지사다. 싸움을 피하고 적으나마 자기의 분수
를 지켜 근신하고 있으면 화는 면할 것이다.
九二, 不克訟. 歸而逋. 其邑人三百戶, 无
□. 象曰, 不克訟, 歸逋竄也. 自下訟上,
患至철也.
"패소(敗訴)하게 된다. 아래 사람이 도리에 어긋나게 윗 사람
과 항쟁하니 화를 초래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곳은 [음]이 있
어야 할 자리에 [양]이 있습니다. 대응하는 다섯번째 효는 양효로
서 주위에 강한 양의 기운을 대동하고 맞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번째 효는 위치도 안정되지 못하고 불안한 상태에서 음효를 대
동하고 나아가니 패소하여 화를 초래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따라서 싸움을 회피하고 분수를 지키면서 근신하면 화는 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싸움은 피할 수 없는 것. 부딪쳐서 패배하게 되면 패배
의 원인을 잘 분석하여 대책을 세워야지, 패배의식에 빠져 있거나
복수를 다짐하며 증오심에 차 있는 따위의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갖은 굴욕과 패배를 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분노를 간직할 필요는 없습니다. 승패
는 기(氣)와 기(氣)의 관계에서 상황적으로 발생하는 것이지, 마
음과 마음 간의 문제가 아닙니다.
증오, 좌절 등 마음속에 일어나는 모든 것들, 그것은 이미 자기
마음의 매카니즘이 잘못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설사 그러한 것들
이 있다 해도 모두 다 용서해야 합니다. 용서란 나에게 굴욕을 준
상대를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굴욕을 당한 나를 용서하는 것입니
다. "아픈 가슴은 내가 아니며, 아픈 상처는 내 몸이 아닌 것"처
럼, 마음에 받은 모든 상처와 손해, 그로 인한 손익계산서를 말끔
히 없애버리는 것, 그것이 용서입니다.
"싸움을 피하고 적으나마 자기의 분수를 지켜 근신하고 있으면
화는 면할 것이다." 분수를 지키며 근신한다는 것은 단순히 반성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기와 기끼리 부딪쳐서 발생한 현실에 영향
받아 자신의 마음에 일으키는 각종 상처들을 없는 것으로 하는
것이 근신입니다. 사실 인간의 마음은 자연의 움직임에 좌지우지
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마음이 평온하다고 하더라도 자연이 강하
게 부딪쳐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면 마음은 상처를 받는 것이고,
상황이 좋아지면 마음도 즐거워지는 법입니다.
그것을 알고 움직이는 사람은 상황에 의해 마음이 동요되지 않
으며, 모르고 움직이는 사람은 상황에 의해 발생한 마음의 작용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근신이란 마음의 작용에 따라 움직이
지 않도록 마음의 평온을 되찾아 동요됨이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세번째 음효. 현재의 지위에 만족하면서 윗사람에게
순종하여 굳게 공손한 태도를 지켜 나간다면 위태롭
기는 하나 길하리라. 한 때는 영예스러운 일에 종사
하는 일이 있겠으나 화려한 성공을 바래서 지나친 일
을 해서는 안된다.
六三, 食舊德, 貞려終吉. 或從王事, 无成.
象曰, 食舊德, 從上吉也.
이 효는 밑의 강한 기운을 스스로가 완충작용을 하면서 위의
것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천수송]이 살 수 있는 길은 바로 이
세번째 효 때문이며, 주역 64괘의 대부분이 세번째에서 네번째로
비약할 때 상황이 좋지 않지만, 특별하게 좋은 것이 바로 이 [천
수송]입니다.
"현재의 지위에 만족하면서 윗사람에게 순종하여 굳게 공손한
태도를 지켜 나간다면 위태롭기는 하나 길하리라." 세번째 효는
위태로움을 안고 있으면서도 위를 받아들여 순종하고, 아래를 받
아들여 공손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사실 모든 일은 다 위험
합니다. 우리가 차를 타는 것도 항상 교통사고의 위험을 감수하며
타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용기있는 자는 그러한 위험을 안고 들어
갈 수 있는 자입니다. 물 속에 들어갈 때도 물의 위험을 안고 들
어가고, 불 속에 들어갈 때도 불의 위험을 안고 들어가는 것입니
다. 물과 불이 위험하다고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물과 불을
이겨낼 수 없습니다.
위험을 안고 들어가는 자는 위험속에서 스스로를 건질 수 있지
만, 위험을 회피하는 자는 그 위험이 닥쳤을 때 스스로를 지킬 수
없습니다. 오히려 위험을 회피하면서 자신만 옳다고 주장하는 자
는 반드시 위험한 처지에 빠지게 되어 있습니다. 운동경기에서도
승리하려면 위험을 감수하고 참가해야지, 위험을 거부하고 참가하
는 선수는 단순히 참가에 의의를 두게 될 뿐입니다. 그래서 패자
는 할 말이 없다고 했습니다.
세번째 효는 위에 양효 세개가 있는 강한 양성기운과 부딪치려
하지 않고 공손히 받아들이면서 인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도 아래 자신의 강한 기운을 받아들여서 당당히 나가고 있습니다.
즉 기운은 모든 위험을 감수한 채 당당히 나아가지만, 마음과 태
도는 항상 유순하고 공손하게 하기 때문에 위태로움을 극복하고
길하다는 것입니다.
"한 때는 영예스러운 일에 종사하는 일이 있겠으나 화려한 성
공을 바래서 지나친 일을 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태도가 인정받
아 한 때 영광스러운 일에 종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겉으로
나타나는 성공과 만족에 이끌리어 자신이 원래 품었던 뜻을 저버
리고 화려한 성공을 바란다면 발전은 이미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여기서 필요한 것이 또 인내입니다. 만일 내가 3년간 인내했는데
더이상 할 수 없다고 말한다면 그 3년간 인내한 것은 인내가 아
닙니다. 3년간 하고 4년째 하지 못하는 인내는 인내가 아닌 것입
니다.
인내는 순수하고 소박하며, 누구에 의해서 혹은 자기 자신에 의
해서 없어지거나 파괴되지 않는 영원한 것입니다. 내가 연약한 힘
으로 큰 세계를 끝내 이겨 나갈 수 있는 지구력, 추진력, 저력은
인내를 통해 생활속에서 몸에 배는 것입니다. 일시적인 만족과 화
려한 것을 바라는 마음에 치우치지 말고, 화려한 세계가 나로부터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손하게 받아들이면서 인내하면 승리로 가
는 길이 보이게 됩니다. 그렇지 않고 갑자기 마음에 힘이 생겨 양
성에너지를 사용해 나아가면 콱 막혀서 끝내는 패소하게 될 뿐입
니다.
네번째 양효. 패소한다. 물러나와 제 분수를 지키면
서 천명을 쫓아 지금까지의 태도를 고치고 바른길에
안정하고 있으면 길하리라.
九四, 不克訟. 復卽命, □安貞吉. 象曰,
復卽命, □安貞, 不失也.
"패소한다." 양의 기운만 믿고 마음의 힘으로 나가면 막혀서
패소하게 됩니다. 그러나 주역은 사람이 잘되기 위해서 씌여진 것
이지, 잘못되라고 써놓지는 않았습니다. 패소하게 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이를 극복하는가가 중요한 것이며, 이 길을
지적해 주는 것이 주역의 역할입니다.
"물러나와 제 분수를 지키면서 천명을 쫓아 지금까지의 태도를
고치고 바른길에 안정하고 있으면 길하리라." 자기 기운만 믿고
나가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낮추어 재검
토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말은
바로 이러한 경우에 쓰는 말입니다. 물러나와 천명을 따르며 자연
에 의해서 되어질 수 있을 때까지 분수를 지켜야 합니다. 자신에
게 좋으면 하고, 득이 되지 않으면 안하는 그런 태도를 버리고,
싹이면 언젠가 꽃이 피듯이, 꾸준히 해나가는 태도로 지나치는 일
을 하지 않으면 길할 것입니다.
사람이 말하고 있는 단어 가운데 운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운이
라는 것은 반드시 있습니다. 더운 여름날 목이 말라 죽겠는데 갑
자기 소낙비가 쏟아져서 갈증을 모면했다면 운이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그 소낙비를 계속해서 너무 많이 맞으면 감기에 걸리게
됩니다. 이것은 운이 나쁜 경우에 들 것입니다. 결국 같은 소낙비
라도 그것을 받아들여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운이 좋은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운은 자기 자신과 자연의 관계
에 의해서 이렇게도 혹은 저렇게도 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운을 기다리면서 살면 절대로 안됩니다. 왜냐면
최대의 운은 생명력에 의한 저력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을
낮춰서 항상 살펴야 됩니다. 그러면 이제 운을 자기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역량을 갖추게 됩니다. 그런 역량을 갖추게 된 사람
은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누구한테도 가난하지도 않고, 또
부자라고 나타내지도 않으면서 살 수 있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최
상의 복입니다. 그리고 그 복은 세상 사람의 눈으로는 절대로 측
정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런 길을 버리고 싹이면 언제든지 꽃이 피듯이 꾸준히 나가는
그런 바른 마음에 지나치는 일을 하지않고 바른 길에 안정하고
있으면 길하리라라고 말을 했습니다.
다섯번째 양효. 소송에는 크게 길하다. 중정(中正)을
지키기 때문이다.
九五, 訟, 吉元. 象曰, 訟, 吉元, 以中正
也.
다섯번째 양효입니다. 양효가 앉아야 할 자리에 양효가 앉아 있
고, 최고의 지위에 있습니다. 그래서 강자가 정당한 위치에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소송에는 크게 길하다. 중정을 지키기 때문이
다." 다섯번째 효는 맨 밑의 음효와 대응관계를 이루면서 중정을
지킵니다. 물론 상호 대응관계를 이룰 수 있는 자리는 틀리지만
밑의 음효가 다섯번째 효에게 영향을 미쳐서 자숙하도록 했기 때
문에 중정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중정(中正)은 인내를 의미합니다. 꾸준히 하는 것을 지키는 것
입니다. 그런 사람은 이제 힘이 생기게 됩니다. 힘이 생기면 어지
간히 약한 것은 쳐서 이겨버릴려고 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꺽
어 버릴려고 합니다. 원칙은 이루어 낼려고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자꾸 꺾어 버릴려고 하게 되니 영예가 오래가지 못할 것
입니다. 여섯번째는 이것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여섯번째 양효. 소송에 이기고 큰 띠를 하사받는 영
예를 얻는 수도 있지만 그 영예는 오래 계속되지 못
한다. 단 시일 내에 빼앗기는 결과가 온다. 본시 소
송으로 얻은 영예는 존경할 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
다.
上九, 或錫之□帶, 終朝三遞之. 象曰, 以
訟受服, 亦不足敬也.
"소송에 이기고 큰 띠를 하사받는 영예를 얻는 수도 있지만 그
영예는 오래 계속되지 못한다." 여섯번째에서 가르쳐 주는 것은
"이겼다고 이긴 것이 아니다. 오래 가지 못한다." 결국 "싸움없이
이겨라.' 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승리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승리입니다. 흔히 우리는 동일한 상품을 파는 가게
가 나란히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기존의
가게가 있는데 그것과 똑같은 물건을 파는 가게를 옆에 개설해서,
먼저 있던 가게보다 물건 값을 싸게 팔아 끝내 먼저 가게를 문닫
게 만들었다면, 그 사람은 크게 잘살게는 되지 못할 사람입니다.
기분은 천하를 얻은 기분이겠지만, 그래봐야 구멍가게 하나 얻은
것일 뿐입니다. 그렇게 본래 존재하던 상대와 싸워 이기는 것은
오래갈 승리가 아닙니다. "나는 이겼다."라는 마음에 도취되어 발
전도 못합니다.
대기만성(大器晩成). 져도 진 것이 아니고, 이겨도 이겼다고
들뜨지 않는 사람이 결국 대기만성하는 자이며, 큰 것을 이루어
낼 수 있는 자입니다. 싸워서 이기는 승리는 진정한 승리가 아닙
니다. 옆의 가게 하나 문닫게 하였다고 해서 그 사람이 재벌이 된
것은 아닙니다. 단지 구멍가게 주인일 뿐입니다. 오히려 그 다음
번에는 자신이 망할 차례입니다. 남 망하게 하는 자는 곧 자신도
망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강한 세상과의 투쟁에서 자신을 지키며 승리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인내입니다. 인내란 내일의 승리를 위해 오늘의 패배
에서 오는 쓰라림과 고통을 감수해 낼 수 있는 마음입니다. 그러
나 진정한 인내란 증오심을 갖고 참는 것이 아닙니다. 증오심을
갖고 참는 것은 한 때 반격으로 승리할 수는 있으나, 곧 다시 증
오심을 갖는 적에 의해 패배하게 되는 일시적인 승리에 불과할
뿐입니다.
무사가 고수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적에 대한 증오심을 버
리는 것입니다. 적에 대한 증오심으로 덤비는 자는 증오심에 빠져
싸움 자체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합니다. 적에 대한 사랑 혹은 증
오심 등과 같은 감정의 차원에서 벗어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자가 승리의 방도를 발견해 내는 자입니다.
흔히 전쟁 영화를 보면 적의 총알이 무서워서 총도 제대로 못
쏘던 자가, 인접 전우가 죽으면 갑자기 적에 대한 적개심으로 용
기 백배하게 돌격하여 적을 죽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로 그러한 상황이 벌어지면 대개 돌격하던 그 병사들은 적 앞에
도달하기 전에 적의 총탄에 먼저 죽어 버립니다. 그러한 용기는
진정한 용기가 아닙니다.
진정으로 용감한 병사는 우군이 많든지, 아니면 모두 전사하고
자기 혼자 남든지, 아랑곳 하지 않고 승리를 위해 자신이 해야 할
바를 두려움없이 할 수 있는 자입니다. 그 사람은 한 때 이겼다고
기뻐하지 않고, 한 때 패배하였다고 좌절하지 않으며, 감정에 치
우침이 없이 승리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항상 살피고
발견해 내는 자며,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어떠한 위험도 감수할
수 있는 자입니다.
적과 싸워 이기는 것은 오히려 쉬운 일입니다. 그것은 적보다
강한 마음과 지혜와 능력과 용기만 있으면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
나 그러한 승리는 나보다 강한 적이 나타나면 반드시 패배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일시적인 승리에 불과할 뿐입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입니다. 그것은 고도의
인내와 지혜와 용기로써 먼저 나를 이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으로써 패배할 수 없는 나가 먼저 되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어
떠한 적이 나타나도 결코 패배하지 않으며, 이기되 무리하게 싸움
으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승리가 되어지게 할 뿐입니
다.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승리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자기 의도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투쟁과 갈
등이 있을 수 있고, 승리와 패배가 있으며, 도처에 위험도 있습니
다. 그러나 힘이 강하다고 반드시 이기는 것이 아니며, 또 약하다
고 반드시 지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힘이 강하면 이길 확률이 그
만큼 높다는 것일 뿐입니다. 싸워 이기려 하지 않고, 심정의 애증
(愛憎)에서 벗어나 인내와 용기로써 승리가 되어지게 하는 자는
지금 내가 약한 상태에 있어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이를 슬
기롭게 극복하여 결국은 승리하는 자입니다. 승부(勝負)는 인간의
것이 아니라, 자연의 것입니다.
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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